상의, 상장사 사외이사 160명 조사
美 72%-日 52%가 경영인 출신
국내 상장사들이 규제로 인해 경영인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데 애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가운데 경영인 출신은 15%에 불과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상장기업 사외이사 160명을 대상으로 ‘사외이사 활동 현황 및 제도 개선 과제’를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상장기업 사외이사의 출신 직군은 학계가 36%, 공공 부문은 14%였다. 교수와 전직 관료가 절반을 차지한 것이다. 경영인 출신은 15%뿐이었다.
반면 미국 S&P500과 일본 닛케이225 상장기업의 사외이사는 경영인 출신이 각각 72%, 52%로 절반을 웃돌았다. 학계 출신 비중은 각각 8%, 12%였다.
대한상의는 국내 상장사 사외이사에 교수나 전직 관료 출신이 많은 것은 공정거래법상 계열 편입 규제가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해당 규제는 사외이사가 창업한 개인 회사가 대기업집단 계열사에 자동 편입되도록 하고 있다. 독립 경영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대기업집단 편입에 예외를 둔다. 경영인 출신의 경우 기업을 창업할 가능성이 교수와 전관에 비해 큰 만큼 이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1월 업무 추진계획에서 해당 규정을 손보겠다고 했으나 아직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사외이사 160명 중 33.1%는 재직 기간에 개인 회사 창업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에서 37.7%는 계열 편입 규제를 고려해 사외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했다.
대한상의는 “경영·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경우 이사회 안건에 반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전문성 부족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찬성표를 많이 던지는 것과 관련해선 ‘회사와 이사진 사이에 사전 조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외이사 84.4%는 이사회 안건에 대해 의견 수렴이나 토론 등 사전 의견 반영 과정을 거친다고 답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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