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붕따우 PTSC M&C 야드에서 원유 생산의 해상 기지격인 플랫폼 구조물이 제작되고 있다. SK어스온 플랫폼 하단 부분은 올 10월에 베트남 남부 해상의 ‘황금 낙타 구조(構造)’에 설치된다. SK이노베이션 제공
12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차로 2시간 거리(약 70㎞)인 해안 도시인 붕따우의 PTSC M&C 야드. 바다에서 원유을 뽑아 올릴 때 현장 기지 역할을 하는 플랫폼의 하단 구조물 ‘자켓’ 제작이 한창이었다.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도 작업자들이 자켓에 달라붙어 주요 뼈대를 용접하고 있었다. 현재 공정률은 70%. 올 10월에는 높이 60m에 무게가 8000t에 달하는 자켓을 바지선에 싣고 작업장에서 약 120㎞ 떨어진 해상의 ‘황금 낙타 구조(構造)’에 실제 설치할 계획이다. 추후 내년 말 플랫폼 상단까지 완성하면 SK어스온의 두 번째 베트남 원유 생산 구조가 탄생한다.
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 자회사인 SK어스온이 최근 베트남 지역 자원 개발 사업에서 연쇄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보통 탐사정에서 시추해 최종 성공까지 가는 비율이 10%에 불과한데 SK어스온에서는 2023년부터 탐사정 3곳을 뚫어 계속 성공한 것이다.
SK어스온은 4000억 원의 총 사업비 중 1000억 원을 투입해 지난해 10월부터 플랫폼 제작을 진행 중이다. 이것이 설치될 황금 낙타 구조에서는 내년 말부터 하루 최대 생산량 2만 배럴의 원유가 생산된다. 투자 지분을 고려하면 그 중 25%가 SK어스온의 몫으로 떨어된다. SK어스온이 2003년부터 생산한 15-1 광구에서 매일 3500배럴씩 원유가 나오는데 내년에는 황금 낙타 구조까지 합쳐 최대 8500배럴로 늘어난다.
베트남 동남부 해역에서 SK어스온이 자원 탐사 및 개발 등에 나선 지역. SK어스온 제공 SK어스온은 올 1월에도 베트남 남동부 해상 ‘황금 바다사자 구조’에서 탐사정 시추를 통해 일일 1만 배럴 규모의 원유 시험 생산에 성공했다. 현지 석유업계에서는 이곳에 최소 1억7000만 배럴(한국 연간 소비량의 18% 규모) 이상의 석유가 묻혀있다고 평가했다. 올 4월에는 인근 해역의 ‘붉은 낙타 구조’에서 하루 2500배럴 규모의 원유 시험 생산에 성공했다. 추가 탐사가 필요하지만 이곳에서 경제성 있게 원유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또한 다음 달 10일에는 ‘붉은 하마 구조’에서 석유 탐사 시추에 나선다.
베트남에서 성과가 나는 것은 현지 광구 지형 분석에 대한 노하우가 쌓인 덕이다. SK어스온이 1998년에 일찍이 베트남에 진출해 27년간 투자해온 것이 이제 꽃을 피우고 있다. 베트남은 예멘(1984년)과 페루(1996년)에 이어 SK어스온이 해외 석유 개발 초창기부터 진입한 곳이다. 원유와 가스를 포함해 44억 배럴의 자원이 매장된 동남아 최대의 산유국 베트남의 가치를 알아보고 일찍부터 공을 들인 것이다.
업력이 오래되다 보니 베트남 내 원유 사업을 주관하는 국영기업인 페트로베트남(PVN)과의 관계도 좋다. 사업 성과가 훌륭한 SK어스온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이다.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또럼 당서기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 2월 하노이에서 만난 것도 에너지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해서였다.
최정원 SK어스온 호치민 지사장은 “일찍 진출한 경험 덕에 이런 지층 지역에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노하우가 쌓였다”며 “초기에는 베트남에서 SK를 모르는 이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먼저 사업 제안을 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SK어스온이 사업에 뛰어든 베트남 남동부 해역 ‘황금 바다사자 구조’에서 올 1월, ‘붉은 낙타 구조’에서는 4월에 원유 시험 생산에 성공한 시추기의 모습. 다음달에는 ‘붉은 하마 구조’에서 석유 탐사 시추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 제공 베트남에서 ‘성공의 맛’을 본 SK어스온은 동남아 여타 지역으로 석유 사업을 확대하고 나섰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해 케타푸 광구 운영권을 확보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난해 2개 광구를 낙찰받아 정부와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다만 유가 하락 기조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는 SK어스온이 대비해야 할 부분이다.
SK어스온 관계자는 “이미 석유를 생산 중인 베트남 광구 인근에서 연계 개발을 진행하면 플랫폼 설비를 작게만 마련해도 돼 수익성도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정용 SK어스온 동남아사업실장(부사장)은 “SK어스온은 지금까지 페루(매일 4만4000배럴 생산)에서 원유 생산이 가장 많았다”며 “앞으로는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생산을 늘려 페루 수준의 캐시카우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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