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5.05.12 부산=뉴시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대폭 낮췄다. 국내 주요 기관 중 올해 0%대 성장률을 제시한 것은 KDI가 처음이다. 내수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상황에서 미국발(發) 관세 충격 현실화, 정국 불안 등 겹악재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14일 KDI는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8%로 제시했다. 불과 3개월 전인 올해 2월 내놨던 전망치보다 0.8%포인트나 낮아진 수치다. KDI는 구체적으로 관세 부과 등 대외적인 요인이 0.5%포인트 내수 부진 등 내부 요인이 0.3%포인트 전망치를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KDI가 수정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정부 기관이나 국책 연구기관, 국제 기구 등이 지금까지 제시한 전망치 중 가장 낮다. 정부는 올해 초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1.8% 성장할 것으로 봤고, 한국은행은 올해 2월 1.5%의 성장률을 제시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1.5%로 예상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1.0%의 전망치를 내놨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된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과 통상 여건 악화가 꼽혔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국내에선 소비심리 회복이 예상보다 더뎠고, 건설 부분에도 공사 지연 등 차질이 발생했다”며 “(미국의) 관세 인상도 이렇게 빨리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숙박·음식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민간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기업의 투자 심리도 위축되면서 내수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건설투자는 지난해(―3.0%)에 이어 올해도 ―4.2%로 2년 연속 감소할 전망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7%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민간 소비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1.1% 증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오던 수출은 반도체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여타 산업의 부진으로 둔화되는 모습이다. 이번 전망에는 미국의 상호관세 90일 유예 조치가 계속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상이 반영됐다. 추후 한미 관세 협상이 어그러지면서 한국에 미국이 예고한 25%의 상호관세율이 부과된다면 경제성장률의 추가 하향 조정도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추가적으로 조금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DI는 대내외 수요 둔화로 초래될 수 있는 물가 하방 압력을 축소하기 위해 통화정책은 보다 완화적인 기조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재차 시사한 것이다. 재정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추가 지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향후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 투입은 신중해야 한다”며 “금리의 경우 올해 추가적인 인하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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