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DIY 용품 전문점 한즈만은 ‘고객이 원한다면 다 해준다’는 상품 정책을 통해 한 매장에 20만 개가 넘는 압도적인 상품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목공, 전기, 정원, 배관 등 각 카테고리마다 ‘세분화에 세분화’를 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나사 종류만 1만 가지에 달한다.
일본 프리미엄 식료품 유통업체 키타노에이스도 단일 점포에만 500종 이상의 카레 상품, 100종 이상의 샐러드 드레싱이 진열돼 있다. 일반 슈퍼와 달리 상품회전율보다는 ‘발견의 즐거움’을 핵심 가치로 삼고, ‘식문화를 탐험하는 셀렉트 숍’으로 진화하며 특정 소비층의 강력한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다.
할인슈퍼마켓 오케이 내부에 붙은 ‘정직카드’. 호우 영향으로 오이 가격이 예년에 비해 50% 올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체 상품 추천과 함께 가격이 하락하면 즉각 통지하겠다고 안내하고 있다. 오케이 홈페이지 캡쳐할인슈퍼마켓 오케이는 ‘정직카드’라 불리는 종이 한 장에 특정 상품 가격이 왜 올랐는지, 품질은 유지되었는지, 가격은 언제 다시 조정될 수 있는지까지 써서 매장 내 모든 주요 상품 옆에 제시한다. 오케이는 이 정직 카드 시스템을 통해 고객과 강력한 신뢰를 구축하며 고객만족도 13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5.9%로 일본 슈퍼마켓 평균 영업이익률인 2~4%를 크게 상회한다.
공급망을 통째로 통합하는 ‘제조의 내재화’ 정책도 눈에 띈다. 유니클로는 “우리는 정보로 옷을 짓는 회사다”라는 모토 아래 전 부서를 통합하고 부서 간 실시간 데이터 공유를 통해 ‘팔리는 순간 생산이 시작되는 시스템(정보제조 소매업)’ 혁신을 이뤄냈다. 모회사의 지난해 기준 연간(2023년 9월~2024년 8월) 매출은 2020년 동기 대비 54.5%, 영업이익은 23.5%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일본 이온몰 안에 설치된 어린이 전문매장 ‘키즈 리퍼블릭’ 모습. 키즈 리퍼블릭 홈페이지 캡쳐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온라인 시장에 따라 낡은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업무 형태 혁신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 최대 유통기업 이온리테일은 어린이 전문매장과 푸트코트 및 즉석조리식품 강화, 체험형마켓 운영 등을 통해 체류시간을 늘리고 대형마트를 가족형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며 업태 본질을 진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슈퍼마켓 체인인 라이프도 셀프스캐닝카트, 전자가격표시기기 등 첨단기술을 매장에 적용한 차세대 슈퍼마켓 4.0 모델을 도입해 디지털·지속가능·체험형 매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일본 유통업계는 정반대 전략으로 불황을 기회로 바꿨다”며 “한국 역시 고령화와 소비 침체라는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강점을 구축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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