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험사들의 자본 건전성이 악화되고, 1분기(1∼3월) 순이익도 10% 이상 쪼그라들자 금융당국이 자본규제 기준 손질에 나섰다. 보험사들의 자본증권 발행 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급여력비율(K-ICS) 감독 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내려주기로 한 것이다. ‘허들’이 낮아짐에 따라 중소형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발행 여건이 일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2024년 12월 말 기준 보험회사 지급여력비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경과조치 적용 후 보험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은 206.7%로 전 분기 말(218.3%) 대비 11.6%포인트 하락했다. 전년 말(232.2%)보다는 무려 25.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푸본현대생명(157.3%)과 롯데손보(154.6%), ABL생명(153.7%)이 현 감독 기준인 150%를 간신히 넘겼으며, MG손보는 4.1%를 나타냈다.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가용자본/요구자본)이 급격하게 악화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시장 금리 하락 탓에 가용자본이 감소한 데다,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로 요구자본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또 일부 보험사가 단기 실적을 채우기 위해 위험 대비 수익이 낮은 무·저해지 건강보험 등 장기 보장성 상품 판매에 몰입한 것도 지급여력비율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금감원은 15일 보험사의 자본증권 발행 등에 숨통을 틔워 주기 위해 보험사 자본규제 감독 기준인 지급여력비율 150%를 130%로 합리화하기로 하고, 시행령과 감독 규정을 입법 예고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자본규제 합리화를 늦지 않게 시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자본의 질이 악화할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중점적으로 리스크를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된 롯데손해보험은 여전히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금감원은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조기 상환 보류와 관련해 구체적인 자본 확충 방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손보가 후순위채를 조기 상환하면 K-ICS 비율이 150% 밑으로 떨어지게 돼 금융당국이 이를 보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와 긴밀히 협의해 이른 시간 안에 정상화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수석부원장은 “롯데손보 경영실태 평가 결과는 5월 말이나 늦어도 6월 중에는 마무리될 것”이라며 “다른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만기 도래 현황도 모니터링하고 있고, 대부분의 회사가 법정 상환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차환이나 상환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손보의 경영실태 평가 결과 자본 적정성 부문의 평가등급이 4등급 이하를 받으면 ‘적기 시정 조치’ 대상이 되며, 추후 경영 개선 계획을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이 가운데 롯데손보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30억 원, 당기순이익 113억 원의 잠정 경영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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