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올드&]
웰스 체크(Wealth check)
생전엔 요양비-간병비 등으로 처리… 사후엔 정해둔 수익자에 상속 집행
치매머니 2050년 488조 급증 전망… 민간 금융사들도 관련 서비스 확대
70대 A 씨는 본인이 사망한 이후 장애를 가진 아들 앞으로 상속될 재산이 특정 종교에 심취해 있는 며느리에 의해 남용될 것을 걱정하던 중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매월 일정액의 생활비를 아들 앞으로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수십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B 씨는 본인이 거주 중인 부동산만큼은 이미 일부 재산을 증여해준 아들이 아닌 자신을 직접 돌보는 딸에게 상속되길 원했고, 결국 최근 이 같은 내용을 유언대용신탁 계약에 반영했다.
잠자고 있는 치매머니(고령 치매 환자의 자산)가 154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유언대용신탁이 치매머니 방지를 위한 대안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에 신탁 계약을 통해 사망 후 자산이 정해진 사람에게 이전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사와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맺으면 생전에는 요양비, 간병비 등을 처리하고, 본인 사후에는 생전에 미리 정해둔 수익자 앞으로 상속 집행을 할 수 있다.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치매인구는 124만 명, 보유 자산은 154조 원으로 집계됐다. 치매 환자가 스스로 쓸 수 없어 잠들어 있는 돈, 치매머니는 2030년 220조 원(178만7000명)으로 늘어난 이후 2040년 351조 원(285만1000명), 2050년 488조 원(396만7000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사례에서와 같이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이용하면 생전에는 안전하게 자산을 운용하며 노후 생활 비용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사후에는 내가 원하는 이에게 정확하게 상속이 이뤄지게 할 수 있다. 이은정 하나은행 하나더넥스트본부장은 “고령화 가속화로 치매 머니가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유언대용신탁 이용 시 대리인 지정 기능을 치매에 대비한 든든한 버팀목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사후에도 가족간의 재산 상속 관련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민간 금융사들도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이 각각 2010년, 2013년, 2017년에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출시해 운영 중이다.
2015년부터 해당 상품을 운영 중인 신한은행은 19일 고객의 생애주기에 맞춘 유연한 자산관리와 상속설계 지원을 위한 ‘종합재산신탁 및 유언대용신탁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도입한 시스템은 고객상담 시작부터 계약 및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에 구현했으며, 간편 상담 등 주요 기능을 개편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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