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지며 달러 자산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달러당 1450원을 상회하던 환율은 이달 초 연휴를 전후해 하락을 시작해 1360원 선까지 내려앉았다. 이후 큰 폭으로 반등해 1400원을 넘었다가 재차 하락하며 1400원 선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불과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거의 연간 환율 변동 폭에 해당하는 100원 이상의 환율이 움직인 것이다. 이 정도의 높은 환율 변동을 만들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 흔들리는 ‘미국 예외주의’와 달러 신뢰도
우선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나타났던 달러 초강세의 되돌림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모든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한 관세 부과가 예고되자 미국 이외의 국가에는 저성장을, 미국 경제에는 더 큰 부(富)를 안겨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이 형성됐다. ‘미국 예외주의’는 독보적인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를 크게 증가시킨다. 미국 자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달러의 매수가 진행되고, 그로 인해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 예외주의가 보다 강해질 것이라는 믿음은 달러 강세로 선반영됐고 환율 급등을 이끌어냈다. 그렇지만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스러운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신뢰가 크게 하락하며 최근에는 ‘미국 예외주의’라는 단어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예외주의를 선반영하며 큰 폭으로 상승했던 달러 가치의 되돌림이 최근 환율의 대폭 변동을 설명하는 첫 번째 요인이다.
다음으로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 ‘해방의 날’ 이후 관세가 부여된 상대국들의 반발이 나타나면서 달러 자산에서 이탈 현상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주식 및 채권을 매도했고, 그렇게 받은 달러를 매각하고 기타 통화를 매입하며 달러 약세 기조를 심화시켰다. 특히 미국 국채 등에 대한 신뢰의 문제는 달러 자체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달러 약세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관세 협상을 들 수 있다. 최근 직접적으로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린 원인이라 할 수 있는데, 이달 초부터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전쟁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아가는 분위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은 대만 및 한국과 환율 및 무역에 관한 논의도 진행하기 시작했다. 과도한 무역 적자로 인해 미국은 달러 약세 및 상대국 통화 강세를 원하고 있는데 ‘무역 협정이 곧 달러 약세 용인’이라는 시장의 인식이 선반영되면서 위안화, 대만 달러, 원화 등 아시아권 통화 가치의 급등(환율의 급락)을 촉발한 계기가 되었다.
● 환율 변동성 높아질 가능성 염두에 둔 철저한 분산 투자 필요
이 같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 국면은 어느 정도 이어질까.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의 환율 및 달러 인덱스 추이를 보면 어느 정도의 참고가 가능할 것이다. 2016년 11월 트럼프 당선 당시 1140원 수준에 머물러 있던 환율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이듬해 1월 1210원 선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후 환율이 빠르게 하락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달러 약세 기조와 우리나라의 대북 정책 해빙 무드가 강화되었던 2018년 4월에는 달러당 1050원 선까지 환율이 주저앉게 된다. 그러나 이후 환율은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시작되며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후 달러 가치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대규모 달러 공급이 이뤄진 2020년 3월을 정점으로 대폭 하락하게 된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4년을 돌아보면 달러의 급격한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높은 변동성을 형성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달러 가치 하락 요인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바가 크다. 문제는 그 기대만큼 실제 협상의 결과가 나오게 될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미 무역 적자국인 영국과의 협상이 순조로웠다고 해도 다른 주요 국가들과의 관세 협상은 여전히 더딘 분위기다. 90일의 관세 유예 기간 이후의 환율 변동폭 역시 재차 높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성급하게 환율의 방향성을 예단하며 그 방향으로 ‘올인(all in)’하는 형식의 투자를 고집하는 것보다는 환율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철저한 시점 분산 통화 투자를 통해 달러의 매입 단가를 낮춰 가는 투자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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