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확보해 핵심사업에 집중
‘카브아웃’ 인수합병시장 대세로
자회사 다수 판 SK가 거래 주도
사모펀드들 규모 커진 것도 영향
대기업의 사업부를 떼어내서 외부에 매각하는 ‘카브아웃(Carve-out)’ 딜이 급증하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핵심 자산을 팔아 핵심 사업에 집중하려는 대기업의 전략과 대기업 소속의 검증된 자산을 인수하려는 사모펀드(PEF)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9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최근 국내외 PEF의 카브아웃 M&A 거래 증가와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카브아웃 거래는 총 17건으로, 전년 대비(10건) 70% 증가했다. 2020년대 들어 매년 10건 안팎이었지만, 최근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에 기업들이 비핵심 자산 정리에 나서면서 대폭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SK그룹은 지난해부터 다수의 자회사를 매각하면서 카브아웃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SK엔펄스의 반도체 소재 사업부인 파인세라믹 사업(현 솔믹스)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했고, SKC의 화학 소재 사업부인 PU원료사업부(현 피유코어)를 글랜우드PE에 팔았다. SK렌터카도 지난해 해외 PEF인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에 넘겼다. 올해도 SK엔펄스의 반도체 소재 사업부인 CMP패드 사업과 특수가스업체 SK스페셜티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이 외에도 태양광업체인 SK실트론과 SK에코플랜트의 폐기물·수처리 사업 매각도 추진 중이다.
LG화학도 비핵심 사업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3년에는 진단사업부를, 올해는 워터솔루션 사업을 글랜우드PE에 매각하기로 했다. 에스테틱사업부도 현재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외에 태영그룹도 지난해 워크아웃 과정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폐기물 처리 업체인 에코비트를 IMM PE·IMM인베스트먼트 등에 넘겼으며, 롯데그룹도 올해 롯데렌탈을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에 팔기로 했다.
자본연은 “국내 대기업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흐름”이라며 “미국의 상호관세 등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을 고려해 당분간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PEF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최소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인수 대금을 부담할 수 있게 된 것도 카브아웃 거래 증가에 영향을 줬다. 국내 PEF 시장의 약정액은 2004년 말 기준 약 40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약 20년 만인 2023년 말에는 136조4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특히 한앤컴퍼니나 글랜우드PE 등이 조 단위 규모의 펀드를 앞세워 카브아웃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 시장 금리가 떨어지면 PEF발(發) M&A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최근 기업들의 매각 가격 상향이나 홈플러스 사태 등에 따른 PEF에 대한 규제 강화는 M&A 거래 확대의 변수로 꼽힌다. M&A 업계 관계자는 “카브아웃 거래가 늘어나고 있지만 최근 몇몇 기업들이 높은 매각 가격을 요구하면서 거래가 중단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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