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적 녹색교육으로 기후위기 대응을[기고/이선경]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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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경 청주교육대 과학교육과 교수·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한국위원회 위원장

이선경 청주교육대 과학교육과 교수·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한국위원회 위원장
이선경 청주교육대 과학교육과 교수·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한국위원회 위원장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용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가속화된 기후변화로 인해 계절의 흐름은 흐트러지고 식물은 제철을 잊은 듯 꽃을 피운다. 이 같은 자연의 변화는 기상과 개화 시기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와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생태계와 인간 삶이 위기에 처한 지금, 교육은 이에 대응할 가장 근본적인 열쇠가 된다. 5월 22일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현재 우리의 교육적 지향과 접근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유네스코는 최근 ‘녹색교육(Greening Education)’이라는 변혁을 지향하는 새로운 교육적 접근을 제안한다.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을 기반으로 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교육으로 실천과 기관 전체적 접근을 지향한다. 전통적으로 강조된 기후변화의 과학적 메커니즘,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물론 기후 정의, 탈탄소 경제, 사회의 회복탄력성, 지속가능한 삶 등을 중시한다. 교육을 통해 개인의 실천뿐만 아니라 사회구조 전환도 촉구한다. 녹색교육에서는 교육이 일부 학교나 교육 전문가의 과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녹색교육의 지향은 식물원 교육과 깊이 맞닿아 있다. 식물원은 계절 변화 속 생명의 신호를 읽어내는 공간이며 자연과 인간이 만나는 살아 있는 학습장이다. 학습자들은 식물과의 직접 만남을 통해 생명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고 자연 속에서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운다. 교육자와 과학자, 시민이 함께 관찰·참여하는 식물원의 모습은 녹색교육에서 강조하는 협력과 파트너십을 구체화한다. 오는 6월 우리나라에서 산림청 국립수목원과 국제식물원보전연맹이 주관하는 제11차 세계식물원교육총회(ICEBG)가 개최된다. ICEBG는 이러한 녹색교육의 흐름을 함께 나누는 국제적 장으로 ‘청소년 활동 강화’ ‘지역사회 연계’ ‘건강과 웰빙’ 등을 주제로 한다. ICEBG에서는 식물원이 생물을 보전하는 장소를 넘어 생태 감수성과 실천적 역량을 키우는 녹색교육의 거점으로 어떻게 기여할지를 논의하게 된다. 이는 전 세계 식물원과 수목원이 교육기관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고 실천 전략을 공유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교육의 공간과 방법을 다시 정의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학교와 식물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지역사회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 생태계를 고민해야 한다. 식물을 만나고 생명을 인식하는 일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새롭게 이해하는 첫걸음이 된다. 교육의 전환은 곧 세계관의 전환이며 그 시작은 자연의 교실에서 가능하다.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우리는 식물원과 수목원에서 미래의 교육을 다시 그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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