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국가사이버안보센터, APT 그룹 ‘티에이 섀도우크리켓’ 추적 보고서
원격 접속 기능이나 MS-SQL 노려 시스템에 침투
한국 포함 전세계 72개국 2000대 이상 시스템 감염
ⓒ뉴시스
전 세계 2000대 이상의 감염된 시스템을 10년 이상 조용히 통제해온 해킹 조직이 발견됐다. 외부에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 장기간 시스템을 장악해온 이 조직은 금전 요구나 정보 유출 없이 은밀히 침투만을 지속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안랩 ASEC(AhnLab SEcurity intelligence Center)과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는 중국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능형 지속 공격(APT) 그룹 ‘티에이 섀도우크리켓(TA-ShadowCricket)’의 최근 사이버 공격 활동을 공동으로 추적·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티에이 섀도우크리켓은 2012년 즈음부터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중국 연관성이 의심되나 국가 지원 여부는 불확실한 APT 공격 그룹이다. 이들은 관련 정보가 거의 없어 보안 업계에서도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않았던 조직이다.
◆몰래 침입해 10년 넘게 잠복…금전 요구도 없어
안랩과 NCSC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티에이 섀도우크리켓은 금전 요구나 다크웹에 정보를 게시하는 등 일반적인 해킹 방식과는 달리 시스템에 몰래 침투한 뒤 오랜 시간 들키지 않고 조용히 장악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그룹은 외부에 노출된 윈도 서버의 원격 접속(RDP) 기능이나 데이터베이스 접속(MS-SQL)을 노려 포트 정보를 탐색한 뒤 비밀번호를 무작위로 시도하는 방식(Brute-force, 브루트포스 공격)으로 침투한다.
침입에 성공하면, 시스템을 원격에서 조종할 수 있는 백도어 악성코드를 설치하고, 이를 정상적인 실행파일(EXE 파일) 내부에 숨겨 사용자가 의심 없이 실행하도록 만든다. 이 백도어는 공격자의 명령·제어(C&C) 서버와 연결돼 있어, 공격자가 다시 접속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명령을 수행하거나 정보 탈취, 추가 악성코드 설치 등 다양한 악성 행위를 할 수 있다.
안랩과 NCSC는 실제로 티에이 섀도우크리켓이 운영하던 C&C 서버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이 서버에는 2000개 이상의 피해 시스템이 연결돼 있었으며, 이 중에는 실제 업무에 사용되는 중요 시스템도 포함돼 있었다. 공격자는 이 시스템들을 자신이 만든 봇넷(botnet, 감염된 컴퓨터 네트워크)의 일부로 삼아, 필요 시 언제든지 분산 서비스 거부(DDoS) 공격이나 추가 침해에 활용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P 기준 국가별 분포는 중국 895대, 한국 457대, 인도 98대, 베트남 94대, 대만 44대, 독일 38대, 인도네시아 37대, 태국 31대, 미국 25대 등 총 72개국 소재 장비를 대상으로 IRC(Internet Relay Chat) 기반 봇넷을 구축한 정황이 확인됐다.
◆“악성코드 제거·C&C 서버 무력화 등 선제적인 대응 필요”
피해 예방을 위해 사용자는 윈도우 운영체제와 MS-SQL 서버, 원격 접속(RDP) 기능 등을 항상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하고, 외부에서 접근 가능한 설정이 열려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관리자 비밀번호는 영문, 숫자, 특수문자를 조합해 복잡하게 설정하고, 가능한 경우 다단계 인증(MFA)을 적용해야 한다.
이명수 안랩 ASEC A-FIRST팀장은 “이번 공격 그룹은 수천 개의 피해 시스템과 C&C 서버를 13년 이상 운영하면서도 조용히 활동해 온 보기 드문 사례”라며 “이처럼 장기간 통제되고 있는 감염 시스템은 공격자의 의도에 따라 언제든 실제 공격에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악성코드 제거와 C&C 서버 무력화 등 선제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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