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건 술보다 문화… 넷플릭스와 경쟁”, 시동 걸린 ‘진로 대중화’

  • 동아경제
  • 입력 2025년 5월 27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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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진로 대중화’ 방향성 제시
“제품 넘어 문화 제공해야… 술은 사람, 문화 잇는 촉매제”
저가소주도 주춤… 진로, 필리핀 점유율 압도적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지난 1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비전인 ‘진로(JINRO)의 대중화’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지난 1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비전인 ‘진로(JINRO)의 대중화’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하이트진로가 주류 경쟁사가 아닌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를 경쟁사로 꼽았다.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 글로벌 비전으로 내세운 ‘진로(JINRO)의 대중화’에 따른 것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는 지난 1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당사의 경쟁사는 타 주류사가 아니다. 넷플릭스, 여행, 스포츠, 다양한 취미 활동 등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의 콘텐츠가 실질적인 경쟁자”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시간을 소비할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주류산업을 통해서 시간, 공간, 문화를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고 추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하이트진로가 앞으로도 고민하고 노력해야할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이 있는 곳엔 문화가 있어야 한다. 주류문화를 팔아야한다”며 “주류가 문화와 사람을 연결시켜줄 촉매제라고 생각한다. 세계인들이 추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진로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앞으로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필리핀 마닐라의 한 대형마트에 하이트진로의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필리핀 마닐라의 한 대형마트에 하이트진로의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김 대표는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축제를 대표적인 주류문화로 제시했다. 그는 “문화는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시간과 투자를 통한 콘텐츠로 당사 브랜드 체험을 늘려갈 수 있는 음주문화를 만들겠다”며 “각 지자체와 협업한 지역축제와 이슬라이브페스티벌 등 대표 프로모션들을 통해 음주와 문화를 연결한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이트진로가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굿즈’ 프로모션, 야구장 프로모션 등도 문화에 해당한다고 본다. 포괄적인 의미의 문화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필리핀은 ‘진로 대중화’의 성공 사례이자 방향성이 되는 시장으로 여겨진다. 다른 동남아 국가와 달리 일반소주 중심 주류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내 소주 판매 구성비를 살펴보면 2021년 과일소주 제품의 비중이 약 61%로 높았으나, 지난해에는 일반 소주가 약 68%를 기록했다.
스미노프와 타이거맥주에서 각각 동남아 시장에 출시한 유사 소주 제품들.
스미노프와 타이거맥주에서 각각 동남아 시장에 출시한 유사 소주 제품들.

녹색병에 한글 패키징을 붙여 유통되는 이른바 ‘유사 소주’가 동남아 시장을 위협하고 있지만, 필리핀에선 이런 상황과도 거리가 있다. 지난해 관세청 무역 통계 및 하이트진로의 자체 수출 실적에 따른 진로의 필리핀 시장 점유율은 약 67%다. 나머지도 롯데칠성음료와 무학 등으로 대부분 국내 주류사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필리핀에 저가의 ‘유사 소주’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하이트진로는 진출 초기부터 유통망 구축 및 강화에 투자,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이들이 시장에 진입하긴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자발적 수요를 창출해 가격민감도가 낮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격 정책보다 중요하다는 것. 또한 필리핀 현지에 소주병 제조사가 부족한 것도 동남아 다른 국가 대비 ‘유사 소주’가 적은 이유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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