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나 윤리적 기업문화가 경영 화두로 떠오르면서 직원들의 도덕적 행동을 강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업무의 도덕화(work moralization)’가 창의성에도 긍정적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기존 연구들은 도덕성 강조가 직원들에게 스트레스와 압박을 유발해 창의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티머시 쿤드로 플로리다대 교수는 업무의 도덕화가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도덕성과 창의성이 실제로 상충하는지, 조화가 가능한지를 밝히기 위해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현장 설문조사와 실험을 통해 연구를 진행했다. 첫 번째 현장 조사에서는 다양한 업종의 직원 134명을 대상으로 업무의 도덕화가 창의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두 번째 현장 조사에서는 직원 622명을 대상으로 상사와 본인의 평가를 함께 비교해 ‘가치 일치성’이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했다. 가치 일치성이란 직원 개인이 가진 도덕적 가치와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가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지를 의미한다.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도덕적 고려를 강조하며 업무를 수행하고, 다른 그룹은 도덕성과 무관하게 업무를 진행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쿤드로 교수는 업무의 도덕화가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이 두 가지 상반된 경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핵심은 직원이 어떤 인지적 사고 경로를 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예방 중심 인지’다. 이 경로를 따르는 직원은 도덕적 실수를 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자기 행동을 지나치게 성찰하는 ‘도덕적 반추’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 검열이 커져 창의적인 사고가 위축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촉진 중심 인지’다. 이 경로를 따르는 직원은 도덕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며 ‘인지적 유연성’을 키울 수 있다. 도덕적 고민이 창의적 사고를 자극하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실험 결과 사고 경로를 가르는 핵심 요인은 가치 일치성이었다. 개인의 도덕적 가치와 조직의 가치가 잘 맞는 경우 직원은 도덕적 압박을 덜 느끼고 창의성이 자연스럽게 발휘됐다. 반대로 개인과 조직의 가치가 일치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는 증가하고 창의성은 저해됐다. 직원과 조직의 가치가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따라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이 확연히 달랐다는 얘기다.
이 연구는 기업들이 단순히 도덕적 가치를 외치거나 직원들에게 업무를 윤리적으로 수행하라고 의무감만 부여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연구진은 직원의 개인적 가치가 기업의 가치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도록 지원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직원의 진정한 공감을 끌어내는 접근이 이뤄져야 도덕성과 창의성이라는 양날의 검을 잘 다루는 기업이 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