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美 대중 수출 규제 우회”
수출제한 H20 칩보다 가격 낮아
젠슨 황 “세계2위 시장, 안놓칠것”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1일 대만 타이베이 오리엔탈만다린 B2에서 열린 엔비디아 글로벌 미디어 Q&A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5.21 뉴스1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중국용 저가형 ‘블랙웰’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출시한 업계 최고 성능의 최신 AI 칩이다.
24일(현지 시간) 로이터는 엔비디아가 수출이 제한된 ‘H20’보다 훨씬 낮은 가격의 새로운 AI 칩을 출시할 예정이며 이르면 6월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 칩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기반 AI 프로세서 제품군에 속할 것이며 개당 6500∼8000달러(약 890만∼1090만 원) 정도일 것”이라며 “이는 1만∼1만1200달러(약 1370만∼1640만 원)인 H20 모델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로부터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할 시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지난달 밝혔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능을 낮춰 설계한 ‘중국 맞춤형’ 제품이다. 엔비디아가 합법적으로 중국에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AI 칩이었지만 이마저도 수출이 제한된 것이다. 엔비디아가 H20 수출 규제 이후 H20 하향 버전을 개발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저가형 블랙웰 개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중 규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중국 수출용 AI 칩을 만들려는 이유는 중국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엔비디아 매출의 13%가 중국에서 나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세계 2위의 컴퓨팅 시장이며, 내년 AI 시장 규모가 약 500억 달러(약 68조4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엔비디아엔 놓치기 아까운 엄청난 기회”라고 말했다.
황 CEO는 미국 정부의 대중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실제 중국 화웨이는 미국 정부가 H20의 수출을 규제한 다음 날 자체 AI 칩 ‘어센드920’을 공개하며 ‘반도체 굴기’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황 CEO는 “지금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은 잘못됐다”며 “수출 통제는 실패”라고 비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