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는 분산 투자가 가능하지만 주식만큼 거래가 편리하다는 게 강점이다. 초과 성과를 노리지 않고 시장만큼의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패시브(수동적) ETF의 경우 공모 펀드 등과 비교했을 때 보수 측면에서 훨씬 저렴하다. 실제로 코스피200을 벤치마크로 삼는 공모 펀드들은 총보수가 0.6∼0.9% 수준인 반면에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들은 0.05∼0.15%에 그친다.
한국의 ETF 시장은 23일 기준 순자산총액 10조9000억 달러(약 1경4874조 원)에 달하는 미국 ETF 시장에 비하면 규모가 1% 남짓 수준으로,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금저축이나 퇴직연금 등을 활용한 개인의 ETF 순매수가 어이지며 전체 ETF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진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 월간 ETF 시장 전체 거래대금 중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30.7%에 달할 정도로 개미들이 ETF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해외주식형 ETF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22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주식형 ETF의 순자산이 37조1525억 원으로 전체 ETF 순자산(78조5116억 원)의 47.3%를 차지했다. 해외주식형 ETF는 17조8894억 원(22.7%)에 그쳤다. 하지만 2024년 코스피와 코스닥이 부진할 때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고공 행진을 하며 해외주식 ETF 순자산 규모가 빠르게 늘었다. 2023년 23조4261억 원에서 지난해 54조8138억 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반면 국내주식형 ETF 순자산은 2023년 44조9772억 원에서 지난해 43조1326억 원으로 뒷걸음쳤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2022년 이후 박스권에 갇혀 있다 보니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매매에 투자자들이 익숙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반등한 영향으로 국내주식 ETF 순자산도 증가했지만 여전히 해외주식 ETF 비중이 더 크다.
양적 성장에 걸맞은 질적 성장을 위해 각종 규제 완화나 자산운용사별 강점을 살린 상품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단일 종목 혹은 10개 미만 소수 종목(한 종목 최대 비중 30%)만 담은 ETF는 국내에서 출시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도 국내가 아닌 홍콩 증시에 상장됐다. 가상화폐 현물 ETF는 제도적 기반이 없어 출시가 요원한 상황이다.
아직 상품군도 다양하지 않아,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이 운용하는 미국 상장기업 전체 ETF(VTI), 전 세계 증시 전체 ETF(VT) 같은 선택지는 국내 ETF에서는 찾을 수 없다. VTI는 미국 ETF 순자산 순위 4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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