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맘의산골이유식’의 오천호 대표 인터뷰
경남 하동-남해 취약계층에게 유아 이유식 후원도
오천호 ‘에코맘의 산골 이유식’ 대표(오른쪽)와 이삼희 하동군 부군수(왼쪽)가 이유식 후원 협약을 맺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해 에코맘의 산골 이유식은 하동군과 경남 하동에 출생 신고한 가정을 대상으로 이유식을 지원하는 이유식 후원 협약을 3년째 이어가고 있다. 행복나래 제공
“지역 농가와 함께해 국내산 제철 농산물로 친환경 이유식을 만들고 싶었어요. 대한민국 아이들의 외갓집이 되고 싶다는 다짐으로 이유식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12년 4월 경남 하동 악양면 지리산 인근에 설립된 이유식 전문 사회적 기업인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의 오천호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은 지리산 인근 농가와 협력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이유식을 만든다. 아이들의 건강과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키워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골손님 아이디어에서 이유식 사업 구상
오 대표는 2011년부터 약 1년간 서울에서 죽집을 운영했다. 이때도 고향인 경남 하동에서 생산된 친환경 식재료를 이용해 죽을 만들어 판매했다. 그러다 “죽에 간만 안하면 이유식”이라며 매번 이유식용으로 간을 안 한 죽을 주문한 단골 고객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이유식 사업으로 전향했다. 오 대표는 “언젠가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내려가 사업을 시작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2009년 슬로 시티로 지정된 고향 하동에서 ‘느리게 만드는 음식’인 이유식을 청정 지역 농산물로 만들어 제조 및 판매사업을 시작했다. 슬로시티는 자연 속에서 느린 삶을 추구하고 지역의 고유한 자연과 전통문화를 지키며 속도보다 방향을 추구해나가는 도시를 일컫는다. 하동은 2009년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첫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고, 2014년, 2019년에 이어 지난해 재인증을 받았다. 이로써 2029년 2월까지 국제슬로시티 회원 도시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에코맘의 산골 이유식’ 제품. 하동에서 얻기 어려운 식재료를 제외하고 쌀, 한우 등 이유식에 들어가는 재료 대부분은 경남 하동 농산물을 사용한다. 행복나래 제공
●유아 월령별 이유식 개발부터 지역 농가 협력까지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은 지역의 90여 개 제철 농·특산물을 활용해 기능성 이유식, 유아 간편식 등 영유아 가공식품 330종을 개발했다. 오 대표는 “제일 건강한 농산물은 제철에 나오는 농산물이다. 제철 농산물을 가지고 이유식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봄에는 쑥, 가을엔 알밤이나 취나물 등을 재료로 한 이유식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유식을 월령별로 구분해 내놓은 점도 인기를 얻는 비결이다. 유아 치아 발육 상태 등에 맞춰 이유식 쌀의 점성과 농도 등을 세분화해 이유식 급여 초기(4~6개월), 중기(7,8개월), 후기(9,10개월), 완료기(11,12개월)에 맞춰 이유식 제품을 개발했다.
90여 개 제철 농·특산물은 경남 지역 소농가와 협력해 계약 재배를 맺어 확보한다. 지역 농가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오고 있는 것이다. 계약 재배란 특정 농산물을 일정 수량 선계약을 맺어 해당 농가로부터 먼저 구입하고, 해당 농가가 계약한 만큼의 농산물을 재배해 업체에 공급하는 것이다. 또한 중간 유통 없이 농·특산물을 직매입해 협력 농가에 10% 이상 높은 단가를 지급하고 있어 지역 농가 상생에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4개 농가와 계약 재배를 맺었으나 사업 규모가 커지며 현재는 217개 소농가와 협력해 이유식에 들어가는 제철 농·특산물을 확보했다. 2015년부터는 로컬푸드 융복합 사업을 진행중이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는 지역 업체와 협력해 이유식과 간식 제품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경남 하동과 남해 취약계층 유아 이유식도 지원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은 창업 초창기부터 경남 하동에 매년 1억 원 가량 이유식을 후원해오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남해에도 연간 약 1억 원 가량의 이유식을 지원중이다. 현재까지 유아 약 9000명에게 10억 원 가량 규모의 이유식을 지원했다. 한달에 취약계층 유아 40~50명의 이유식을 책임지고 있다. 유아 한 명당 하루 세 끼의 이유식을 일주일에 두 번 지원한다. 오 대표는 “하동 지역민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이 되고 싶었다”며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부담없이 이유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유식 지원은 경남 하동 악양면에서 시작됐으나 점차 하동 전체로 확대됐다. 현재는 하동 인근인 경남 남해 지역까지 지원 중이다.
오 대표는 총 80명 직원 중 제조 인력 50명을 모두 하동 지역민으로 고용해 지역 사회 고용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그는 “제조 인력은 100% 지역 인력으로 고용했다”며 “어르신의 지혜와 젊은이의 열정, 동력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직원 80명 중 15명은 60세 이상 고령자로 고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은 2022년 행복얼라이언스가 주관한 하동 ‘행복두끼 프로젝트’에 참여해 하동 내 복지사각지대 결식우려아동 50명을 대상으로 1년간 3200끼의 도시락을 지원했다. 지역 농산물로 도시락을 직접 만들어 지원 아동에게 개별 배송한 것 설날과 추석 등 명절에는 기업 자체 예산을 들여 지원 아동에게 하동 특산물인 배 등의 과일을 선물했다. 또한 사회적 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측정해 인센티브로 보상하는 SK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SK 사회성과인센티브(SPC)에 2015년부터 참여해 총 3억8000만 원 규모 인센티브를 지원받아 기업의 이유식 후원에 보탰다.
조민영 행복얼라이언스 본부장은 “행복두끼 프로젝트는 결식우려아동을 위한 민관협력 기반의 지역 사회안전망 구축 모델”이라며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은 지역 내 생산·가공·배송까지 모두 가능한 실행 주체로, 이들의 참여 없이는 하동군 내 사회안전망 구축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동 건강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고려한 기업의 기여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은 노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죽 제품 개발 및 이유식 해외 수출 등 적극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오 대표는 “노인을 위한 죽 사업과 반려동물을 위한 이유식 사업으로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며 “10여 년간 국내 배달 이유식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유식 해외 수출 또한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사업 확장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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