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매출 13%-에이블리 20%↑… 플랫폼업체 신사업 매출도 성장세
“불황속 ‘플렉스’ 열풍 한풀 꺾여”
삼성물산 1분기 영업익 37% 감소… 한섬-신세계 등 패션 브랜드 부진
올해 1분기(1∼3월) 의류 판매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플랫폼들이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패션 업체들보다 실적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 소비자들이 브랜드 파워가 주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의류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때 유행했던 ‘가치 소비’, ‘플렉스(flex·재력 과시)’ 열풍도 한풀 꺾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2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1분기 매출 292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2.6%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142억 원으로 24% 늘었으며 당기순이익도 157억 원으로 104% 성장했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흑자 전환했다. 에이블리 측은 “봄옷 판매 증가에 더해 신규 서비스 등이 좋은 실적을 내면서 거래액 역시 20%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 패션 커머스인 쉬인도 성장세를 보였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쉬인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120만7310명으로 지난해 4월 한국 공식 홈페이지 설립 이래 첫 100만 명을 돌파했다.
반면 패션 브랜드들은 불황이 이어지며 두 자릿수 넘게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5044억 원, 342억 원으로 각각 2.5%, 36.8% 감소했다.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영업이익이 각각 32.9%, 58.3% 감소했으며 코오롱FnC도 영업손실 7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플랫폼과 브랜드 간 엇갈린 실적의 배경엔 불황으로 인한 소비 트렌드 변화가 꼽힌다.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패션 브랜드의 강점인 브랜드 파워나 이를 통한 ‘가심비’ 대신 가성비가 더 주목받았다는 얘기다.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들이 패션·의류 구매 시 고려 사항으로 ‘브랜드’,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2%포인트, 0.7%포인트 감소했지만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2.1%포인트 늘었다. 패션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줄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자신만의 개성에 따라 즐기는 경향이 늘었다”며 “저렴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보유한 플랫폼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업체들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무신사는 2021년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1호 매장을 개점한 이래 올해 3월 이를 23개까지 늘렸다. 신사업으로 꼽히는 뷰티 카테고리의 거래액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30% 늘었다. 에이블리도 일본 전용 앱 ‘아무드’, 남성 전용 플랫폼인 ‘4910’ 등 신사업 매출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무신사, 에이블리 등은 가성비라는 기존 강점에 본인들만의 스타일을 더해 MZ세대에게 어필했다”며 “기존 브랜드들도 주요 소비자로 떠오른 MZ세대에게 소구될 만한 디자인 강화 방안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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