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인삼산업… 현대화-규모화-규격화로 혁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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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인삼협회장 위기 진단
대규모 스마트팜으로 재배 혁신하고
수출 다변화 및 바이오시장 진출해야

지난달 28일 강원 횡성군에 있는 인삼밭에서 김명수 한국인삼협회 회장이 ‘2024 인삼의 미래 어린이 사생대회’ 수상작을 들고 있다. 횡성=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지난달 28일 강원 횡성군에 있는 인삼밭에서 김명수 한국인삼협회 회장이 ‘2024 인삼의 미래 어린이 사생대회’ 수상작을 들고 있다. 횡성=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대로라면 10년 뒤 우리 인삼 산업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인삼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혁신이 절실합니다.”

지난달 28일 강원 횡성군에서 만난 김명수 한국인삼협회 회장(49)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인삼 산업은 기후 위기, 소비 위축, 재고 증가, 유통관리 시스템 부재, 인력 부족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약용 작물로 1500년 역사를 이어온 고려인삼. 밭에서 캔 인삼을 증기로 쪄 건조한 ‘홍삼’이 수출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인삼 농가를 대표하는 김 회장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김 회장은 “홍삼 제품 중 원료 비중이 적은 상품이 늘면서 정작 재고는 쌓이고 있다”며 “더욱이 최근 비타민 등 인삼 외 건강기능식품 규모가 커지면서 인삼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 회장은 인삼 산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삼 시장은 크게 홍삼으로 대표되는 건강기능식품과 바이오·제약용 약재 및 원료, 밭에서 바로 캔 신선 인삼(수삼) 등 크게 3개 시장으로 나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삼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인삼 생산량 총 2만2223t 중 홍삼 비중이 1만7479t으로 78.6%에 달한다. 그러나 전 세계 인삼 시장에서 홍삼 비중은 20% 남짓, 나머지 70% 이상은 바이오·제약 원료로 유통된다. 김 회장은 “시장에 자리 잡은 홍삼은 수출국을 다변화하는 등 계속 키우되 홍삼에만 집중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바이오·제약 원료 시장을 공략해 수익원을 다변화해야 농가가 산다”고 했다.

인삼 산업 구조를 바꾸기 위한 대책으로 김 회장이 제시한 전략은 ‘현대화·규모화·규격화’다. 현대화는 스마트팜 도입을 의미한다. 김 회장은 “인삼은 재배 기간만 6년이고, 예정지 관리에 2년이 더 필요하다”며 “스마트팜에서 재배하면 재배 기간을 2년 이상 단축할 수 있고, 휴지기도 필요 없다”고 했다. 대규모 스마트팜 농장을 만들면 생산 비용이 적어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소비자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선별장도 세운다. 김 회장은 “한우처럼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등급이 필요하다”며 “충남 금산지역을 중심으로 24시간 가동되는 산지 스마트 공공형 선별장(APC)을 설치해 인삼을 등급·규격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북인삼농협을 중심으로 수출 전용 수삼 포장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청년농 육성과 기후 위기 대응도 발등의 불이다. 3대째 인삼 농업을 영위하고 있는 김 회장은 “강원 횡성군 우천면 우항리에 40대 인삼 농가가 혼자뿐”이라며 “청년농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협회 산하에 ‘이상기후 재해대책위원회’를 신설해 탄소 저감 농법, 차광막 재활용, 장기 재해보험 도입 등을 추진한다. 인삼 농가가 십시일반으로 내는 자조금이 소비 촉진 이외에 재해 대응과 수급 조절, 연구개발(R&D)에 투입될 수 있도록 제도도 개선한다. 김 회장은 “인삼을 먹고 재배하는 문화는 우리의 역사라는 생각으로 인삼 농사를 이어오고 있다”며 “202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달성해 고려인삼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이 문화를 우리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했다.

#인삼 산업#홍삼#스마트팜#청년농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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