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불안한 2030가구… 연초 성과급, 소비에 안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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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1분기 가계동향 분석 결과
月근로소득 12% 늘어 421만원… 소비 지출은 정작 2.8% 줄어
대출 이자 부담에 “커피도 텀블러에”… 음식료품-의류 등 대부분 지갑 닫아

직장인 서모 씨(28)는 올해부터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아 회사에 가져가고 있다. 매일 사 마셨던 커피값을 아끼기 위해서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과 서 씨가 모아둔 돈 대부분은 아파트 전세금에 묶여 있다. 그마저도 부족해 부부는 전세자금 대출까지 받아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이자를 내고 있다. 서 씨는 “평수를 넓혀 이사하려고 했지만 이자 부담이 커서 포기했다. 커피값부터 아껴 저축을 늘리려는데 집값도 전세 가격도 올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연초 성과급 등을 받아 지갑이 두둑해진 2030 가구가 정작 씀씀이는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의 주축인 청년들마저 소비를 줄이면 내수가 더 가라앉는 등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본보가 통계청의 가계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 1분기(1∼3월) 가구주 연령이 39세 이하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48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507만3000만 원)보다 8.0% 늘어나며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청년 가구의 소득 증가 폭은 전체 가구의 평균 증가율(4.5%)을 2배 가까이 웃돌았다. ‘가구주 연령 39세 이하 가구’에는 20, 30대 1인 가구와 가정을 꾸린 신혼부부 등이 속한다. 이들 가구의 가구주 평균 연령은 31.99세, 가구원 수는 평균 1.82명이었다.

20, 30대 가구 소득은 직장인 월급이 끌어올렸다. 이들 가구의 근로소득은 1년 전(376만6000원)보다 12.0% 늘어난 421만8000원이었다. 청년 가구 근로소득이 400만 원대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근로소득 증가율이 10%대를 넘긴 것 역시 사상 처음이다. 1500%의 역대급 성과급을 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주요 대기업이 연초 성과급을 늘리면서 청년 가구의 소득 증가세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20, 30대 가구의 사업소득은 54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14.2% 줄었다.

그러나 청년 가구가 쓴 돈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39세 이하 가구의 소비지출은 283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2.8% 줄었다.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이 1.4%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청년 가구 외에 유일하게 소비지출을 줄인 40대에서는 감소 폭이 0.3%에 그쳤다.

2030 가구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지갑을 닫았다. 음식료품을 사는 데 쓴 돈은 3.3% 줄었고 주류·담배(7.0%), 의류(11.5%), 자동차 구매를 포함한 교통·운송(20.3%)에 대한 지출도 마이너스(―)를 보였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청년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적된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여전히 큰 점도 씀씀이를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년층 가구가 세금이나 이자 등에 쓴 비용(비소비지출)은 113만5000원으로 역대 가장 큰 폭(13.6%)으로 늘며 처음으로 100만 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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