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몰리는 수요 분산해 집값 양극화 풀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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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부동산정책’ 전문가 분석
하반기 집값 최대변수는 ‘금리하락’
“수요 높은 서울에 주택공급 늘려야”
“재건축” “공공주도” 공급방안 갈려

서울 아파트로 과도하게 쏠려 있는 매매 수요를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는 게 새 정부의 최우선 부동산 과제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이미 크게 벌어진 서울과 지방 집값 격차가 금리 인하기를 맞아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 공급 확대에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공급 방안을 두고선 규제를 풀어 민간 공급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과 공공이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 전문가 9명 중 6명은 ‘집값 양극화 해소’

8일 동아일보가 부동산 전문가 9명에게 새 정부의 최우선 부동산 과제를 설문한 결과 6명은 ‘집값 양극화 해소’를 꼽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 상위 20% 아파트 가격은 13억4018만 원으로 하위 20% 가격(1억1551만 원)의 11.6배였다. 2008년 12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격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금 부동산 정책은 시장 참여자들이 한 채에 모든 자산을 쏟아붓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집값 양극화가 아닌 ‘초(超)양극화’가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인만 김인만경제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지방 주택 구입 시) 다주택자 중과세 예외를 넘어선 혜택을 주고, 지방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파격적인 ‘리쇼어링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세제를 개편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현행 세법은 5억 원짜리 3채를 보유한 사람이 15억 원짜리 1채를 보유한 사람보다 세금을 더 내는 구조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주택 수를 중심으로 과세하면 서울의 집 한 채로 귀결된다. 주택 수가 아니라 가액 기준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 공급 확대엔 한목소리, 방법엔 이견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9명 중 7명은 서울 공급 확대를 주요 과제로 꼽았는데 방법론에선 차이를 보였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서울이나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과도한 공공기여를 제한하고 기반시설 조성 비용은 정부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규제를 풀고 정부 지원을 늘려 공사비에 발목을 잡힌 민간 재건축, 재개발의 사업성을 높여주자는 취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도심 아파트 위주로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민간에서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공이 서울 저층 노후 주거지나 역세권 저개발지 등 개발을 주도해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도 “규제 완화는 바로 효과가 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지방 미분양 문제는 ‘옥석 가리기’에 집중하되 새 틀을 짠다는 각오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내려갈 때 미분양 물량을 보유해 운영하다가 집값이 오르면 주택을 매각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짜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7∼12월) 집값 최대 변수로는 금리를 꼽았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 값은 4주 연속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김 소장은 “강남발(發) 집값 상승이 금리 인하를 통해 다른 곳으로 번질지가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전세가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입주 물량이 줄어 전세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며 “향후 주택 구매 수요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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