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방문한 일본 도쿄 ‘마뗑킴’ 시부야점 현장. 매장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여름옷과 가방 등을 둘러보고 있다. 도쿄=김다연 기자
일본 내 K패션 열기가 고조되면서 국내 패션 유통·플랫폼 업체들이 적극적인 현지 공략에 나서고 있다. ‘4차 한류 붐’으로 확산된 K콘텐츠 영향력이 패션 분야로 이어지며 일본 MZ세대를 중심으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업체들은 주로 리스크를 분산하며 브랜드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윈윈 모델’을 택하고 있다. 현지 인프라나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위해 현지 백화점 팝업스토어나 유통 전반 등 인프라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플랫폼의 해외 영향력도 동시에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인지도가 부족한 한국의 신진 디자이너들이지만 일본에서 관심을 끌 수 있는 건 한류 덕분이다. 일본 MZ세대를 중심으로 한류 붐이 일면서 K패션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2021년 일본에 해외 법인 ‘무신사 재팬’을 설립했다. 이후 일본 백화점 팝업스토어 운영과 인플루언서 협업을 통해 국내 여성복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의 일본 진출을 도왔다. 지난해에는 디자이너 브랜드 ‘마뗑킴’과 일본 총판 계약을 맺고 올해 4월 도쿄 시부야에 매장을 열었다. 개점 2주 만에 6억 원 넘는 매출을 냈고 최근에는 일본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을 운영하는 조조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었다.
백화점과 면세점 업계도 비슷한 방식으로 일본 패션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3월 해외 진출 전용 플랫폼 ‘더현대 글로벌’을 선보인 후 그해 5월부터 두달 간 도쿄 파르코 시부야점에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팝업을 운영해 30억 원의 매출을 냈다. 올해 4월부터는 오사카를 비롯한 3개 점포에서 21개 국내 패션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해외 진출 지원 플랫폼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를 통해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일본 주요 백화점에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오사카 한큐백화점, 올해는 도쿄 이세탄 신주쿠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어 현지 반응을 테스트하고 있다. 2016년 일본 도쿄 긴자점을 오픈한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0월 리뉴얼 후 재개장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글로니’, ‘그로브’ 등을 소개하며 일본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K콘텐츠를 접한 일본의 젊은 세대들에게 K패션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팝업스토어나 테스트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면서 진출하는 전략도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엔 일본에서 K패션이 주로 ‘동대문 브랜드’로 인식됐지만 최근엔 K콘텐츠가 주목을 받으면서 K패션의 위상이 높아진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한국 옷이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다는 ‘가성비’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힙하고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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