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요금 인상 효과는 막아야”
내년 말까지 현재 요금제 유지 조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2, 4위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했다. 이용자 1000만 명대의 토종 OTT가 출범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공정위는 티빙과 웨이브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한다고 밝혔다. 두 곳의 기업결합은 웨이브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 5명과 감사 1명이 CJ ENM 및 티빙의 임직원을 겸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가 물리적으로 합쳐지는 건 아니지만 웨이브가 사실상 티빙의 자회사가 되는 효과가 나게 된다. 양 사는 지난해 11월 이런 내용으로 합의를 맺고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공세에 대항하기 위해 2023년부터 시작됐다. 2024년 기준 국내 OTT 이용자의 33.9%는 넷플릭스를 쓰고 있어 2위인 티빙(21.1%)과 격차가 컸다. 4위 웨이브의 점유율은 12.4%였다. 이런 상황에서 티빙-웨이브 합병이 마무리되면 K-OTT가 콘텐츠 유통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양 사의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를 단순히 합하면 1127만 명으로 넷플릭스(1450만 명)에 육박한다.
다만 공정위는 공룡 OTT 탄생으로 경쟁이 제한되고 구독 요금이 올라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양 사가 통합하더라도 요금 인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통합 이후에도 티빙이나 웨이브만 구독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를 위해 내년 말까진 현재 요금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티빙, 웨이브를 모두 볼 수 있는 요금제를 새로 낼 땐 기존 가격,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라고도 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거나 검찰에 고발될 수 있다.
합병이 최종 마무리되려면 양 사 주주 전원 합의가 필요해 넘어야 할 과제도 여전하다. 합병에 미온적이던 티빙 2대 주주인 KT 측은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 정부 기조를 고려하면 KT가 계속 반대 입장을 고수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OTT 같은 플랫폼도 나라가 나서고 지원해서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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