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경기부양 정책 시급하지만, 과도하면 더 큰 부작용”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2일 1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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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5.5.29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화제로 떠오른 스테이블 코인 관련해서 중앙은행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민간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 허용과 관련해서 “외환시장 규제 우회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12일 이 총재는 한은 창립 제75주년 기념사에서 “‘핀터넷(Finternet)’, 모든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연결해서 관리하는 금융 인터넷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통의 디지털 화폐가 필요하다”면서 “그 중심에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와 예금 토큰 있다. 모든 참여자 신뢰할 수 있는 공통 결제 결제 단위이자 기술 표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당에서 비은행권의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사실상 허용하는 법안을 제안하는 등 디지털 화폐의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한은에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그간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사실상 화폐와 다름없다면서,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부터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뒤 단계적으로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한은 주도의 디지털 화폐 관련 사업을 설명하면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은은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기관용 CBDC와 예금토큰에 기반한 미래 디지털 화폐 인프라를 시범 구축하고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프로젝트 아고라’를 통해 주요국 중앙은행 및 글로벌 금융기관과 협력하여 국가 간 송금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 인프라 구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또,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는 “핀테크 산업의 혁신에 기여하면서도 법정화폐의 대체 기능이 있는 만큼, 안정성과 유용성을 갖춰야 한다”면서 “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한국의 최근 성장률 저하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면서도, 과도한 경기 부양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8%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를 제외하면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한은은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만큼 경기부양 정책이 시급해졌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경기부양 정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의 금리 정책은 인하 기조를 유지하되 구체적인 인하 폭과 시점은 향후 거시경제와 금융지표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며 신중히 결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구조개혁에 적극 나서 주길 주문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새로 출범한 정부가 구조개혁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거점도시 육성’, ‘지역별 비례선발제’, ‘고령층 계속 고용’, ‘돌봄서비스 개선 방안’, ‘지식서비스 산업 전략적 육성’ 등에 대한 구조 개혁 보고서를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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