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기념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카나나스키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주요국 정상들과 만나면서 6개월 넘게 중단된 대한민국 정상외교가 재개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각국 교육과 투자, 에너지, 자원 등 분야 협력 증진 방안에 중점을 두고 정상들과 교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튿날인 17일에는 G7 국가와 초청국이 포함된 확대 세션에서 한국 에너지 정책을 소개하고 에너지 안보 달성과 핵심공급 공급망, 에너지 관련 인공지능(AI) 생태계 안정화 등에 관한 발언을 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초청국 자격으로 이번 G7 장상회의에 참석해 1박 3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 대통령의 첫 번째 해외 방문이다.
재계에서는 새 정부가 앞으로 한미 외교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단 한국과 미국 모두 경제 분야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향후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구체적인 협력 분야 등이 논의될 수 있어 국내 기업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은 한목소리로 경제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과 에너지, 자원 등이 유력한 분야로 꼽힌다. 실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관세와 에너지, 조선, 자원 등 분야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 무역전쟁 격화로 ‘경제 안보’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이 비중국 경제 동맹 간 공급망 구축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최근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허가 기간을 6개월로 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한시적 조치가 종료된 이후 중국 희토류 통제가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을 비롯한 비중국 경제 동맹국들이 앞으로도 경제 안보를 위한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국내 재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의 경우 최근 이 대통령을 만나 조선과 에너지, 원자력, AI, 반도체, 모빌리티, 중간재 등을 6개 전략 산업으로 삼고 미국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 경제에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바지했는지도 설명했다.
때맞춰 국내 기업 투자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최근 고려아연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 ‘더메탈컴퍼니(TMC, The Metals Coop)에 대한 투자를 최근 발표한 바 있다. TMC는 해저 자원 개발사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자원 독점화를 저지하기 위해 내린 행정명령으로 주목받은 기업이다. 심해에서 니켈과 코발트, 동(구리), 망간 등을 함유한 망간단괴 채광사업을 주요 비즈니스로 영위하고 있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첨단 산업에 쓰이는 핵심 소재 개발이 주요 목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투자로 고려아연은 탈중국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게 됐다”며 “TMC 역시 비중국 자본과 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과 파트너십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앞서 방산 핵심소재로 알려진 안티모니의 미국 수출을 본격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내 판로 개척과 수요처 네트워크 확보에 성공했고 미국이 강조하는 전략광물 공급망의 탈중국화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한미일 등 경제 동맥국들이 정상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협력 분야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면 기업들도 이에 맞춰 발 빠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 격화로 에너지와 자원, 조선, 방산, 중간재 등 경제 안보 관련 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가 지속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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