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새 정부’ 출범에 회사채 시장도 들썩
‘대표 안전자산’ 위상 흔들리는 국채… ‘美 해방의 날’ 후 장기채 금리 급등
李정부 추경 나서며 국채 발행 늘 듯… 공급 늘어 채권 가격 하락 가능성↑
금리 인하 국면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채권으로 몰리고 있지만 대표 안전자산인 국채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 국채 금리는 요동쳤다. 이재명 정부가 확장재정에 나서면서 그에 따른 국채 추가 발행이 예고되는 점도 채권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6일 기준 한국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채권은 총 187억6061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말 113억166만 달러의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반년도 채 되지 않아 74억5895만 달러(66.0%)가 증가했다. ‘서학개미’들은 4월부터 이달 17일까지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 국채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TLT)도 1억6012만 달러어치 사들였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린 건 물가가 안정되면 경기 부양을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금리 인하 국면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의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 국채의 금리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미국 장기채 금리가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후 취임식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 등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오르내리던 국채 금리는 본격적인 상호관세 방침을 발표한 뒤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해방의 날’이라며 상호관세 부과를 본격화한 지 이틀 뒤인 4월 4일(현지 시간)에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999% 수준이었다. 하지만 협상용 관세가 아닐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7일 4.201%로 뛰었고, 일주일 만인 11일에는 4.495%로 급등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강도 높은 관세를 예고했다가 유예하고, 연준에 노골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할 때도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곤 했다. 미국 금융 시스템과 달러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린 것이다.
국내 국채 시장에서는 이달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속도감 있게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서면서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 앞서 올해 1차 추경 13조8000억 원 중 69%가량을 국채 추가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했는데, 2차 추경에서도 정부는 19조8000억 원의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KB증권은 정부의 세입 경정 10조 원까지 고려하면 올해 국채 발행 규모는 기존 207조1000억 원보다 30조 원가량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채 발행(공급)이 늘어나면 국채 금리는 상승(가격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원은 “20조 원 규모의 추경에서 12조 원 이상이 적자국채로 조달된다면 국고채 10년물에 7bp(1bp=0.01%포인트) 상승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선거 직전 있었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도 추경으로 인한 국채 발행이 채권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수준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은은 “시장 상황을 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금리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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