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인 등 조합案 변경 불가에
“글로벌 랜드마크 조성 가로막아”
일각 “공사비 인상 등 막기위한 조항”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올해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수주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그 이유인 ‘대안설계’ 조항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안설계는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조합이 제시한 기본설계와 다른 설계를 제안하는 것을 말한다. 대안설계는 건설사가 ‘랜드마크 단지’를 조성하는 전략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공사비 인상과 사업 표류 가능성을 높이는 독소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합의 입찰 조건을 검토한 결과 대안설계 및 금융조건 제한으로 당사가 준비한 사항들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다”며 시공사 선정 입찰 불참 이유를 밝혔다. 앞서 18일 조합은 시공사 입찰 공고문을 내며 한강변 주동계획, 스카이라인, 층고 등 시와 협의한 항목에 대해서는 원안설계를 변경해 대안설계를 제안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압구정2구역 불참 선언을 이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압구정2구역은 2571채, 최고 65층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만 2조7500억 원에 달하는 현장이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압구정2구역 인근에 개별 홍보관 ‘S라운지’를 개관하며 손님을 맞이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대안설계 금지’ 조항이 글로벌 랜드마크 조성을 가로막는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애플 신사옥인 ‘애플파크’ 등을 설계한 노먼 포스터와 협업해 대안 설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1월 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때는 나선 모양의 원형 주동 외관과 원형, 십자형, L자 판상형 등 다양한 주거동 설계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안설계가 사업 진행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건설사에서 수주를 목표로 층수 완화, 남산 고도 제한 완화 등 실현 가능성이 낮은 설계를 제시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구체적인 자재 투입 내역을 파악하기 어려워 향후 공사비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2019년 서울시는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때 과도한 대안설계를 제재하겠다는 기준을 밝히기도 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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