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해소와 소비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주택금융 모델로 ‘주택매수청구권’이 학계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여수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금융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주택매수청구권은 ‘가계 자산 유동화’라는 새로운 개념과 결합해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금융학회가 주최하고 여수시 및 국내 주요 금융·학술기관들이 공동 후원한 가운데, 국내외 금융 전문가와 정책 담당자, 학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행사는 중소기업 부실과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중심 대출구조, 그림자금융 확장 등 국내 금융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대안을 논의하는 장으로 꾸려졌다.
또한 전세보증제도의 한계, 담보 편중 규제의 역효과, 기후정책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 자산 제도화 등 폭넓은 주제들이 다뤄지며 금융시장 전반의 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세션은 상명대학교 권세훈 교수와 경기대학교 채희율·한상범 교수가 공동 발표한 ‘주택매수청구권을 활용한 미분양 해소 방안에 관한 연구’였다. 연구진은 이 제도를 분양계약 시점에서 소비자에게 향후 일정 시점에 주택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소비자가 사전에 계약만 체결한 뒤, 일정 기간 후 주택을 실제로 매입할지 선택할 수 있게 하여, 구매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미분양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금융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주택매수청구권’은 기존의 기업 중심 자산 유동화와 달리, 가계 자산에도 유동성을 부여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개인의 재무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는 혁신적 장치로 평가된다. 실제로 민간 시장에서는 한국자산매입이 ‘헷지했지’라는 플랫폼을 통해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이 제도를 활용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실증 사례는 제도의 정책화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 제도는 소비자의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분양 리스크를 공급자와 소비자 간에 재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금융 구조”라며 “정부 재정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 내 자율 조정을 유도할 수 있어 정책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채희율 교수는 “주택매수청구권은 단순한 소비자 보호를 넘어, 다양한 계층이 혼합된 주거지에 접목할 경우 소셜믹스 임대주택 조성을 유도할 수 있다”며 “양질의 주거환경을 형성하고 지역 내 균형발전까지 유도하는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채희율 교수는 현행 전세보증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주택매수청구권의 보완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보증제도는 본래 채무자 리스크를 대응하기 위한 장치지만, 국내 제도는 채권자인 임차인이 보험료를 부담하는 구조로 왜곡되어 있다”며, “주택매수청구권은 계약 단계에서부터 리스크를 분산시켜 후행적 손실 보전에 의존하는 기존 보증 방식과는 전혀 다른 근본적 해법”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주택매수청구권 제안이 높은 관심을 받은 이유는 이 제도가 실제 시장에서 실현 가능하며, 정책적 파급력도 크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공공 예산으로 더 많은 수분양자에게 안정장치를 제공할 수 있고, 해당 주택이 임대주택으로 전환될 경우에는 소셜믹스 촉진과 지역 균형 발전 등 사회적 효과도 기대된다.
행사 관계자는 “주택매수청구권은 단순한 미분양 해소책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 금융으로의 전환, 민관 협력 모델 정립, 저성장 시대의 금융시장 구조개혁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복합적 대안”이라며, “이번 발표와 토론이 정부의 향후 주거정책 및 금융제도 설계에 실질적인 단초를 제공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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