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정비창 홍보관에서 HDC현산이 제안한 단지 모형도.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서울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따낸 HDC현대산업개발이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설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과거 전례를 들어 이행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조합원은 시공사로 HDC현대산업개발을 선정했다. 총 투표자 396명 중 250명이 HDC현산에 표를 던져 득표율 63.1%로 포스코이앤씨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HDC현산은 ‘더 라인330’이라는 콘셉트를 통해 330m 스카이브릿지, 용산역 연결 지하공간, 파크하얏트 호텔 유치, 고급 커뮤니티 시설 등을 제안했다. 조합원에게는 평당 공사비 858만 원, 최대 20억 원 이주비(CD금리 + 0.1% 고정금리), 공사기간 42개월, 입주 전 환급금 80% 지급 등도 조건으로 제시됐다.
조합에 제시한 사업 일정은 2026년 10월 사업시행인가, 2027년 6월 관리처분인가, 2028년 7월 착공, 2031년 12월 준공이다. 경쟁사인 포스코이앤씨보다 공사기간이 5개월 짧은 42개월로 제안됐고 구체적으로 일정을 제시한 것이 조합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해당 계획의 실행 가능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서울시 도시정비사업 평균 소요기간(시공사 선정 이후 착공까지 약 34개월)을 고려할 때 제안된 일정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시공사 선정 이후에도 정비계획 변경,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수립, 이주·철거, 건축허가 및 착공신고 등 5단계 이상의 행정 절차가 남아 있다.
특히 전면1구역은 문화재 지표조사, 교통영향평가, 철도공단 및 서울시 협의,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 중첩된 규제를 받고 있다. 2017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해당 구역의 용도지역 변경 심의를 보류했고 이 과정에서 철도청 사택 등 문화재 보호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도시계획위 심의를 거쳐야 하며 서울시가 준비 중인 ‘용산국제업무지구 비전’과 맞물려 내년 상반기쯤 심의 통과 여부가 가늠될 전망이다.
교통영향평가도 변수다. 용산 일대는 강남·영등포·서울역과 맞닿은 교통 요충지로 대규모 광역교통계획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국제업무지구 발표 이후 약 3조5780억 원 규모의 교통개선대책 예산을 편성하고 도로 신설 및 철도체계 개편 등 17개 후속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와 관계기관은 공공부지 조성공사를 2025년 말 시작하고 민간 건축 착공은 2028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조합과 시공사는 제안된 착공 일정의 현실적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주요 재건축 사례에서도 착공까지 수년이 소요됐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2017년 시공사 선정 후 약 6년 6개월이 지난 2024년 3월에야 착공에 들어갔고 한남3구역은 2020년 시공사 선정 이후 약 4년 8개월이 지나 2025년 초 철거를 시작했다. 둔촌주공은 시공사 선정부터 착공까지 약 9년 4개월이 걸렸으며 공사비 증액 논란과 설계 변경, 조합 내 갈등이 지연 요인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에 따라 용산정비창 일대는 중앙정부, 철도공사, 서울시가 공동 관여하는 구조”라며 “도시개발구역 지정 이후에도 개별 사업에 대해선 다시 인허가 및 영향평가 절차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HDC현산의 영업정지 처분 여부도 변수다. 서울시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와 학동 철거사고를 근거로 HDC현산에 총 1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고 현산은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행법상 6개월 이상 영업정지를 받은 건설사는 해당 기간 및 이후 2년간 분양이 제한된다.
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이 제시한 일정은 조합원들의 기대를 반영한 계획일 수 있으나 실제 행정 절차와 사업 여건을 감안할 때 착공·준공 시점이 계획대로 추진되긴 어려울 수 있다”면서 “서울의 대형 정비사업들은 통상 수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조합과 시공사는 계획된 착공 시점을 달성하기 위해 각 인허가 단계에서 얼마나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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