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전 주의해야할 점은…
임차인 찾기 쉽지 않아 환금성 낮은 편
시세차익 노리기보단 입지 희소성 기대를
매물 살필 땐 서비스-주변 환경 등 주목
이덕수 한화생명 상속연구소 부동산전문가(오른쪽)가 고객에게 하이엔드 주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생명 제공
김모 씨(58)는 몇 년 전 ‘하이엔드 주택’으로 이사한 뒤 만족하며 거주하고 있다. 우수한 시설과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데다 주택 가격까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아파트 형태의 하이엔드 주택이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이엔드 주택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무턱대고 구입하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후회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하이엔드 주택이란 상위 1% 자산가를 위한 고급 주거 형태로 단순히 고가 부동산이라는 개념을 넘어 개인의 사용 가치와 만족도를 중시하는 상품이다.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통상 100억 원 이상의 고가 주택을 뜻한다. 입지, 건축자재, 디자인, 보안, 프라이버시, 커뮤니티 구성원 등에서 수요자의 소비 가치를 반영해 차별화된 특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하이엔드 주택은 투자 목적보다는 거주 효용을 중시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유형으로 특히 은퇴 이후 중장년층들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주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에는 나인원한남, 한남더힐처럼 호텔 수준의 커뮤니티 서비스와 편리한 관리 환경을 갖춘 대단지 하이엔드 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브라이튼 N40, PH129, 에테크로 청담 등 한강 변 단지들의 몸값도 오름세다.
영국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소재 상위 5% 고급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18.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 대상에 포함된 44곳의 도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입지의 희소성, 상품 특성 등으로 인해 가격 상승폭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토지 공급이 제한적이고 개발 규제도 강한 지역이다. 신규 주택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가격 방어력이 매우 높은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하다. 또 시장 침체 국면에서는 거래 자체가 뜸해 가격 하락이 잘 드러나지 않다가 경기 회복 시기에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특징도 있다.
자산가들이 늘어날수록 하이엔드 주택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대기업 총수, 전통적인 부자 등이 주요 구매층이었지만 최근에는 연예인, 운동선수, 유튜버, 스타 학원강사, 벤처 창업가 등으로 수요층이 확대되고 있다. 이들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설계, 사생활 보호 등의 서비스를 거주 공간에서 누릴 수 있길 바라고 있다. 나이트프랭크는 2023년 7310명이었던 한국 내 3000만 달러(약 397억 원) 이상 자산가 수가 2028년까지 9470명으로 37% 증가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물론 하이엔드 주택도 정부 정책과 거시경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2013년 12월부터 서울 등 투기 및 투기과열지구에서도 15억 원 이상의 아파트 구매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의 50%까지 대출 가능하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으로 쏠리는 유동성을 억제하기 위해 대출 정책을 준비 중이어서 이 같은 정책 기조가 향후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이엔드 주택은 환금성이 떨어지고 임차인을 찾기 쉽지 않아 공실 위험도 크다. 고가의 자산 특성상 매수가 제한적이라 매각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임대 수익도 높은 임대료로 인해 수요가 적어 공실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하이엔드 주택에 투자를 한다면 단기 시세차익보다 ‘장기 보유’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하이엔드 주택은 유동성이 떨어지고 입지 희소성이 높아 장기적으로 가격 방어력이 우수하다. 다만 비(非)브랜드 단지, 외곽 입지, 과도한 분양가 등의 상품은 하락 국면에서 위험이 큰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매물을 살펴볼 때는 면적, 자재 같은 하드웨어보다 서비스, 환경 등 소프트웨어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자산가들은 단순한 공간보다 컨시어지, 키즈·펫케어, 자연친화 설계, 스마트홈 인프라, 입주자 구성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요소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이 강하다.
은퇴 후의 주거는 단순한 안식처를 넘어 삶의 품격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이엔드 주택은 이제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삶의 질을 설계하는 ‘프리미엄 플랫폼’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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