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개발연구회, 10대 경제정책 아젠다 발표

  • 동아경제
  • 입력 2025년 6월 26일 1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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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에 경제안보 강화·신산업 육성 위한 제도개선 방안 제시
펀드자본주의 시대 투명성 제고와 시장친화적 자본시장 개혁 촉구

기업지배구조개발연구회(회장 강원)는 지난 25일 세종대에서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새정부에 바란다, 10대 경제정책 아젠다’를 발표했다. 국내 주요 대학의 경영학, 경제학, 법학 교수진과 민간 경영경제 전문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한 이번 세미나는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출범에 따라 새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구회가 제시한 10대 아젠다에서 가장 강조한 영역은 경제안보 강화다. 발제를 맡은 김윤경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는 “이차전지 소재, AI 반도체 등 국가첨단산업 기술의 해외유출 방지와 아연·연·희소금속 등 전략소재의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법제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적대적 M&A 시도가 국가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제도적 대응책 마련의 시급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세미나에서 집중 논의됐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기술보호법의 적용대상인 ‘국가 핵심기술’의 범위와 정의를 명확히 하고, 이차전지, AI 반도체, 핵심광물 등 첨단산업과 기간산업 분야의 최신 기술을 포괄할 수 있도록 주기적인 업데이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원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미국의 CFIUS와 같은 범부처 위원회를 설립하여, 고려아연 같은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 시 경제안보 영향 평가 및 정부 승인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연금이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시 단기 수익보다 경제안보와 장기 산업생태계 보호를 우선 고려하는 별도지침을 마련하고, ‘사업보국’ 철학 하에 경제안보를 고려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윤경 교수는 이어 “AI·반도체·에너지·노동시간 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신산업 전략 추진이 미래산업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밝혔다. 최재원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AI 산업의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AI 인재 양성, GPU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대규모 AI 인프라 조성을 위해 대학과 기업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해야 하며, 반도체 초격차 법제화를 통해 국가 차원의 세제 혜택, 연구개발 지원, 주 4.5일제의 탄력적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지배구조 유연화도 핵심 과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은 “벤처기업이 안정적인 경영을 펼치도록 하는 복수의결권주식 제도가 시행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유명무실한 상황”이라며 “현재 100억원 이상 투자와 마지막 50억 이상 투자라는 대상기업의 범위를 대폭 낮춰야 이재명 대통령의 4글로벌 4대 벤처 강국 실현 공약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발제를 통해 “정부 주도의 일률적인 규제 접근은 결국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의도했던 분배 개선 효과도 감소시킨다”며 시장 중심 경제질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병준 주주행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는 기업가정신을 되살리는 정부가 되어야 하며, 정부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백오피스’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투자 유도 및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해 배당 분리과세, 장기 주식 보유자 세제혜택, 고위험 금융상품 수수료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최재원 교수는 “배당분리과세를 통해 지배주주들의 주주환원 유인을 증가시키고, 1년 이상 장기투자자들에게 세액공제를 고려하는 방안과 함께 고위험 금융상품의 소비자 보호를 위해 판매자 수수료를 선취가 아닌 후취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조세제도 개선과 관련해 박병준 연구위원은 “상속세 부담을 OECD 평균 수준으로 합리화하여 기업 승계를 원활히 하고,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영향평가 도입으로 규제의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며 “새 정부는 여대야소의 유리한 입법환경에서 규제와 세제의 합리화를 통해 꺼져가는 성장잠재력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현한 교수는 “펀드가 다수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지배하는 ‘대기업집단’으로 기능하는 구조에 대해 재벌 수준의 공시·지배구조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며 펀드자본주의 시대의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를 위해 강원 교수는 “국민연금이 충실한 수탁자 역할은 하되 정치적 중립성과 투명성을 견지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국민들도 안심하고 연금의 주주활동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펀드의 이해상충 구조 개선도 시급하다. 유효상 원장은 “GP가 더 많은 매니지먼트 Fee를 받기 위해 더 높은 가격으로 자산을 매입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관련 펀드 간에 거래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LP는 GP의 재산운용 방식, 이해상충 가능성 있는 행위 등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펀드의 포트폴리오 기업 간 내부거래 감시체계 강화, GP의 운용투명성 강화, 포트폴리오 기업 간 사익편취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펀드자본주의’의 감시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경제안보와 시장경제 원리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이번 10대 아젠다가 새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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