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계약포기 서울 아파트, 한달만에 경쟁률 24대1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6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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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109채에 1246명 몰려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시민들이 서울 강남, 송파, 서초권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   2025.05.26 뉴시스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시민들이 서울 강남, 송파, 서초권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 2025.05.26 뉴시스
지난달 최초 분양 당시 분양가가 비싸 청약 당첨자의 계약 포기가 속출했던 서울 대단지가 24일 진행한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두 자릿 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주택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1개월 만에 청약 시장의 심리가 급변한 것이다.

● ‘고분양가 논란’ 단지 무순위 청약 흥행

2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24일 서울 은평구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109채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1246명이 신청하면서 평균 경쟁률은 11.43 대 1을 기록했다. 물량 가운데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59㎡A 유형 경쟁률은 24.39 대 1에 달했다. 이달 10일부터 무주택자만 무순위 청약에 신청할 수 있도록 요건이 강화된 점을 고려할 때 흥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개월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는 은평구 대조 1구역을 재개발한 단지로, 2451채 규모 대단지다. 지난달 20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는 조합원 몫을 뺀 218채가 물량으로 나왔다. 총 2408명이 접수했다. 하지만 청약 당첨자들 사이에선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지나치게 비싸다는 여론이 일었다. 전용면적 59㎡ 분양가는 11억 원 대로 주변 시세보다 2억 원 이상 높다. 이때 청약 당첨자 상당수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109채가 주인을 맞지 못하고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것이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A 씨는 “지난달에는 조합원 사이에서도 분양가가 비싸서 미분양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지금은 서울 집값이 상승세라 제값이라고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당첨자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이 단지 청약에 당첨된 모모 씨(36)는 “처음엔 분양가가 부담스러워 걱정이 많았다”며 “서울 분양 예정 물량이 줄고 있고 주변 시세도 오르는 추세라 계약하기로 결정했는데 잘한 선택인 것 같다”고 했다.

● “과열 진정시킬 대책 필요”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 분양 경쟁률도 들썩이고 있다. 서울 악성 미분양 대부분은 1, 2동짜리 나홀로 아파트인데, 무순위 청약으로도 팔리지 않으면 청약 규제가 없다시피 한 임의공식 방식으로 판매한다. 최근엔 이런 악성 미분양의 임의공급 경쟁률도 오르고 있다.

서울 구로구 호반 써밋 개봉이 대표적이다. 2023년 9월 처음 분양했지만 재고가 남아 이달까지 6차례에 걸쳐 임의공급을 판매했다. 4월 5차 임의공급 경쟁률이 10.36 대 1이었는데 이달엔 28.93 대 1로 약 3배 높아졌다.

다음 달엔 10억 원 이상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무순위 청약이 예정돼 있어 줍줍 열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12억~13억 원대로 주변 시세인 26억 원보다 13억 원가량 저렴해 역대급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외곽에서도 집값 추가 상승 기대감이 퍼지면서 줍줍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에선 시장이 더 과열되기 전에 부동산 정책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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