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가공식품 대미 수출 사상최대
美소비자들, 한국 쌀 가공식품에… “건강하고 맛있고 먹기도 편해”
1∼5월 6210만달러… 수출 절반 美로
드라마 등 K컬처 인기 업고 급증세… 화제 된 ‘꿀떡 시리얼’ 등 떡류 인기
“김밥요? 아…. 만약 거기에 없으면 다 나간 거예요. 워낙 인기니까요.”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현지 인기 대형마트 ‘트레이더 조스’. 이날에도 매대에서는 한국산 냉동김밥이 보이지 않았다. 상황은 인근의 대형할인점 코스트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미국 코스트코에서는 어느 지점을 가든 ‘참치김밥’, ‘햇반’ 같은 쌀을 주재료로 한 한국 식품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김밥과 같은 인기 제품은 사람이 몰리는 주말이나 늦은 저녁 시간대에는 텅 빈 박스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에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던 대미(對美) 쌀 가공식품 수출이 올 들어서도 증가세를 이어가며 26년 만에 1∼5월 최대 수출액을 다시 썼다. 뜨거운 ‘K컬처’ 인기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한국 음식을 맛보고자 하는 이가 늘어난 덕이다. 특히 뉴욕 같은 경우 유명 한식 레스토랑이나 한국 음식을 접해 봤는지가 트렌디함의 기준이 되고 쌀이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주요 쌀 가공식품의 대미 수출액은 6210만 달러(약 845억 원)로 집계됐다. 5월 누계 기준으로 1999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5월까지 쌀 가공식품 1억830만 달러가 수출됐는데,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 향한 것이다. 쌀 가공식품에는 떡류, 튀긴 쌀, 찌거나 삶은 쌀, 쌀과자, 곡물발효주, 쌀 음료 및 기타 곡물 조제품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에도 미국으로 수출된 쌀 가공식품은 1억698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9.6% 급증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3310만 달러였던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1억7000만 달러에 육박하며 5년 만에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선 지난해보다 수출액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
대미 쌀 가공식품 수출이 늘어난 것은 미국 내에서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형성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쌀 가공식품은 밀가루와 달리 ‘글루텐 프리(gluten-free)’라 미국인들에게 흔한 알레르기 유발 위험이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냉동김밥 등은 야채 위주라 채식주의자가 많은 미국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1, 2인이 먹을 수 있는 양으로 포장돼 있는 데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소비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8월 aT가 미국에 거주하는 미국 국적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쌀 가공식품을 생각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로 건강하다(74.2%·중복 집계 기준), 맛있다(69.4%), 먹기 편리하다(63.3%) 등이 꼽혔다.
● 떡부터 쌀과자까지… 미국 전역에 수출
최근에는 떡볶이떡, 떡국떡 등 떡류도 인기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꿀떡에 우유를 부어 먹는 ‘꿀떡 시리얼’이 화제가 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농협은 떡류 130만6000달러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쌀과자(54만9000달러), 가공밥(34만1000달러), 식혜(21만1000달러) 등도 미국으로 향했다.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냉동김밥 역시 대표적인 가공밥 수출 사례다.
이러한 쌀 가공식품을 미국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수출 증가세의 원인 중 하나다. 미주 최대 한인마트인 H마트 외에도 트레이더 조스, 코스트코, 알디와 같은 미국의 주요 유통 체인들은 미 전역에 걸쳐 속속 냉동이나 레토르트 형태의 김밥, 김치주먹밥, 볶음밥, 떡볶이 등 다양한 제품을 입점시켰다. 햇반도 쌀 기반, 현미 기반 등으로 구분해 진열할 정도로 소비자 층이 확대됐다.
미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새로운 상품도 개발되고 있다. 농협은 2023년 11월 밥알 없는 식혜를 별도로 개발해 미국에서 판매 중이다. 현지 박람회에서 밥알이 이물질로 느껴진다는 의견이 나온 것을 반영했다. 이르면 다음 달에는 고리 형태의 쌀과자 시제품이 생산 완료될 예정이다.
농협 경제지주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이 중량이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만큼 중량을 늘리거나 다양한 맛, 형태로 생산하는 등 맞춤형 상품군을 늘려 가고 있다”며 “추석 즈음 현지 판촉 활동, 신상품 출시 등이 중점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하반기(7∼12월)에도 긍정적인 수출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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