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반기 28%↑ 26년만 최고
개인, 삼성SDI-현대차 1조 순매수
美 보조금 폐지-관세 등 영향 약세
집중 매수한 ETF서도 재미 못봐
올해 상반기(1∼6월) 코스피가 30% 가깝게 오르며 1999년 이후 최고의 수익률을 올렸다. 5월 순매수로 돌아서 반도체, 방산 등의 우량기업을 사들인 외국인이 지수 성장을 견인했다. 반면 개인은 코스피가 하락했을 때 이익을 볼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거나, 우량기업이 부진했을 때 저점 매수를 시도해 상승장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최고의 상반기 보낸 코스피
30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0.52% 오른 3,071.7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올해 상반기에만 28.01% 상승하며 56.99% 상승했던 1999년 상반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1999년 상반기 정보기술(IT) 투자 열풍의 영향으로 코스피는 562.46에서 883으로 급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에도 저가 매수가 몰려 23.62%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랠리는 새 정부의 증시부양에 대한 기대감과 지난해 부진했던 기저효과가 맞물렸다. 5월 들어 원화 강세가 이어지자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했고, 6월 말 외국인이 매도로 전환해도 개인이 대신 수급을 채우며 랠리를 이어갔다. 실제로 상반기 상승분(672.21포인트)의 절반 이상인 374.03포인트(55.6%)가 6월 한 달 동안 상승했다.
외국인과 개인이 순매수한 종목은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 27일 기준 외국인은 SK하이닉스(1조9283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5993억 원), 한국전력(5297억 원), LIG넥스원(4824억 원), 삼양식품(4535억 원) 등을 집중 매수했다. 반도체, 방산 등 우량주의 비중이 컸다. 올해 SK하이닉스는 68%,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64% 올랐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삼성SDI(1조2799억 원), 현대차(1조2006억 원)를 1조 원 넘게 순매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폐지, 관세 부과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약세를 보였던 종목이다. 마찬가지로 올해 상반기 ―11.62% 하락한 LG전자도 개인투자자 순매수 종목 5위에 올랐다.
● 개인들은 재미 못 본 ETF, 변동성 키운 미국 주식
개인투자자들은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개인들이 순매수한 상위 5개 ETF 중 4개가 미국 S&P500과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뉴욕증시가 최고점을 경신하긴 했지만, 원화 강세의 영향으로 환차손이 발생해 이들 ETF의 상반기 수익률은 마이너스(―) 상태다. 또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하면 두 배로 수익을 거두는 이른바 ‘곱버스’ 상품도 8768억 원어치나 순매수했다. 만약 올해 초 이 상품에 투자했다면 손실이 ―44.34%까지 커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외국인들은 MSCI 한국 지수, 코스피200 등이 상승했을 때 수익을 얻는 ETF를 순매수했다. 코스피200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도 순매수 순위 2위를 차지했다.
미국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은 변동성 높은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달 27일까지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23억5135만 달러, 테슬라 주가를 두 배로 추종하는 ETF(TSLL)를 19억549만 달러어치 사들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비교적 동질성을 가진 외국인투자가들과 달리 개인투자자들은 하나로 묶기 어렵고, 이미 차익 실현에 나서 수익률을 높였을 수 있다”며 “다만 변동성이 너무 큰 주식이나 레버리지 상품에 비중을 높이는 것은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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