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6억인데 이주비 대출 30억… 손 놓은 당국 ‘제도보완 필요성 제기”

  • 동아경제
  • 입력 2025년 7월 1일 1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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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주요 재건축 정비사업 현장에서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사업장에서 조합원에게 감정가를 초과하는 이주비 대출이나 일반 시장 조건과 괴리가 있는 금리 조건이 제시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관련 제도적 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에서 한 건설사는 조합원에게 LTV 150% 수준 이주비 대출을 제안했다. 감정가가 20억 원일 경우 최대 30억 원까지 대출을 지원하겠다는 조건이다. 이에 맞춰 경쟁 업체도 LTV 100% 수준을 제시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유사한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시공사 선정이 완료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수주전에서는 경쟁이 과열되면서 과도한 금융조건이 제시됐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LTV 150~160% 수준 이주비를 제안한 바 있다. 한남4구역에서도 LTV 100~150% 수준의 제안이 오갔다.

이 같은 조건은 투기과열지구의 일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와 비교해 높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감정가 50~70%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정비사업에서의 금융조건이 예외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금리조건에서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CD 기준금리에 가산금리 0.1% 수준 초저금리 대출을 제시하고 있다. 현행 CD금리가 약 2.6% 수준임을 고려할 때 실질 대출금리는 2.6~2.7% 수준으로 시중은행 일반 신용대출 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통상 조달 금리는 CD+1~2%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며 “CD+0%는 금융기관의 일반적인 관행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0조를 통해 자금 대여 조건이 금융기관의 일반 조건보다 유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준이나 유권 해석이 부재해 현실성과 무관한 금융조건이 제안서에 포함되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뉴스1
서울시 또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건축 설계의 실현 가능성은 검토하면서도 이주비나 금융 조건에 대해서는 별도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통해 수도권 등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비사업 조합원에게 제안되는 이주비 대출 조건에는 적용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일부 정비사업 조합은 자체적으로 입찰지침서에 ‘LTV 100% 초과 불가’, ‘최저금리 기준 적용’ 등을 명시해 과도한 경쟁을 제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조합 차원의 대응에 불과해 제도 전반에 반영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입찰 조건이 현실적 범위 내에서 제시되도록 제도적 가이드라인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며 “조합원 부담이나 사업 리스크가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정책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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