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2달만에 다시 2%대로
오징어채 48.7%-커피 12.4%↑… 가공식품 73개중 62개 가격 인상
고등어-조기 등 수산물 7% 올라… 기후변화 탓 작황 악화 우려 겹쳐
“추경땐 물가상승 압력 커질수도”
라면과 달걀 가격이 1년 전보다 6% 넘게 뛰는 등 지난달 전체 물가가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1%대로 내려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시 2%대로 올라섰다. 먹거리 물가 오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13조2000억 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까지 풀리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전체 가공식품의 85%가 1년 전보다 가격 ↑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2% 상승했다. 올 1월(2.2%) 이후 가장 큰 오름 폭이다. 물가 상승률은 5월 1.9%로 5개월 만에 1%대로 떨어졌지만 지난달 다시 2%대를 보였다.
먹거리가 전체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고 물었던 라면값은 지난달에도 전년보다 6.9% 올랐다. 2023년 9월(7.2%)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라면 가격은 올 4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로 5% 넘는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라면뿐만 아니라 다른 가공식품들도 줄줄이 가격이 상승했다. 수입 원자재 값이 오른 오징어채는 가격이 48.7% 급등했고 양념소스(21.3%), 차(20.7%), 초콜릿(20.4%) 등도 20% 넘게 가격이 뛰었다. 구매 빈도가 높은 커피(12.4%), 주스(10.1%), 햄 및 베이컨(8.1%) 등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지난달 통계청이 집계하는 73개 가공식품 품목 가운데 전년보다 가격이 오른 품목은 62개에 달했다. 전체의 85%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가공식품 전체 물가는 1년 전보다 4.6% 상승했다. 2023년 11월(5.1%)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식품 출고가 인상이 순차적으로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1.3%였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와 이후 이어진 정국 혼란을 틈타 식품업계가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올 4월부턴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외식 물가 역시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생선회와 자장면이 각각 5.9% 올랐고 짬뽕(5.4%), 햄버거(4.7%), 떡볶이(4.4) 등도 4% 넘게 상승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외식 품목 39개 중 피자를 제외한 38개 품목의 값이 1년 전보다 올랐다.
달걀, 고등어 등 밥상에 자주 올라오는 먹거리들 가격 역시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달걀값은 1년 전보다 6.0% 상승하며 2022년 1월(15.8%)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각종 질병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가운데 생산자들이 산지 가격을 올린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줄면서 수산물 값도 7.4% 상승했다. 고등어(16.1%), 조기(10.6%), 오징어(6.3%) 등에서 오름 폭이 컸다. 채소류에서도 마늘(24.9%), 호박(19.9%) 등이 크게 올랐다.
폭염 등으로 작황이 급격히 나빠지면 농산물 가격은 하반기(7∼12월)에도 오름세가 지속될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배추는 서늘해야 잘 자라는데 폭염이 예상보다 빨리 온 상황”이라며 “국내 기후변화로 서늘한 지역 자체가 줄고 있어 (수급이) 가장 우려되는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이날 미국 관세 정책과 중동 정세, 여름 기상 여건이 물가 안정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 정부의 첫 추경이자 올해 두 번째 추경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 정부는 이달 13조 원이 넘는 나랏돈을 투입해 전 국민에게 15만∼50만 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할 계획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때부터 오른 물가가 계속 쌓여 체감 물가는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추경으로 지급되는 소비쿠폰은 필수 소비를 중심으로 물가를 더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여름배추 수급 안정을 위해 정부 가용 물량을 2만3000t에서 3만6000t으로 1만3000t 늘리고 이를 추석 전까지 전량 방출하기로 했다. 사과와 배 등의 정부 가용 물량도 늘린다. 또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한우는 최대 50%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수입 소고기 중 소비자 선호가 높은 냉장구이류는 40% 할인 판매할 방침이다. 브라질 AI 발생으로 인한 수입 중단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말부터 태국산 닭고기를, 다음 달 중순부터는 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브라질산 닭고기도 수입한다. 김 생산도 확대하기 위해 물김 양식장 면적은 6만7000㏊로 1000㏊ 늘린다.
‘민관합동 물가 점검반’을 가동해 주요 피서지 물가 관리에도 나선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지방자치단체, 민간과 협력해 8월 31일까지 휴가지 먹거리 물가, 숙박요금, 피서용품 이용 요금 등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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