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콘텐츠아카데미는 장기과정 2기 교육생 중 우수 활동자 5명을 대상으로 일본 단기 연수를 진행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기술 기반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역량 강화를 위해 일본 도쿄로 떠난 탐험대가 있다. 뉴콘텐츠아카데미(NCA)가 선발한 우수 활동자 5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뉴콘텐츠아카데미는 급변하는 콘텐츠 산업에 필요한 ‘기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25~28일까지 총 4일간 NCA 장기과정 2기 교육생 중 우수 활동자 5명을 대상으로 일본 단기 연수를 진행했다. 지원자 중 NCA 출석률이 80% 이상이고 학기별 성적이 우수한 이들을 선발했다. 2기 교육생들은 NCA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 국제 AI영화제, 팬메이드 K-AI 응원가 챌린지, 제주글로벌AI영상공모전 등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NCA 이수 과정에서 제작한 단편영화 ‘Voices’로 서울 국제 AI 영화제 금상을 수상한 여채린 교육생은 “초급부터 상급 단계까지 NCA의 수준별 툴 교육과 다양한 특강을 수강하며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었다”며 “특히 팀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협업 방식과 사업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배웠다”고 말했다. 팬메이드 K-AI 응원가 챌린지를 수상한 한상대 교육생은 “특히 NCA 심화 전공 과정 중 실제 스튜디오에서 직접 촬영해 보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는 콘텐츠 제작에 관련된 신기술이 멀게만 느껴졌지만, NCA 참여를 계기로 다양한 기술을 콘텐츠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부연했다.
이번 단기 연수는 기술 기반 콘텐츠를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도쿄의 다양한 전시회에서 기술 분야별 콘텐츠를 체험하고, 일본 콘텐츠 산업의 주요 기업들을 방문해 실무진과 소통하며 산업 현장을 깊이 들여다봤다. 1일 차에는 팀랩이 기획한 디지털 아트 뮤지엄 ‘팀랩 보더리스(TeamLab Borderless)’를 관람했다. 팀랩은 일본을 기반으로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아트 그룹이다. 포토그래퍼, 엔지니어, CG 애니메이터 등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으며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독창적인 디지털 아트를 선보인다. 팀랩 보더리스에서는 팀랩 특유의 독특한 작품들이 벽, 바닥, 천장 등에서 끊임없이 송출된다. 정해진 동선 없이 미로처럼 연결된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디지털 아트를 경험할 수 있어서 ‘지도 없는 뮤지엄’이라고도 불린다. 보는 것을 넘어 작품 속 배경을 걸으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몰입형 전시다.
단기 연수 참가자들은 “전시 공간의 구조, 활용된 소재, 다른 관람객들의 반응을 중점적으로 살폈다”며 “국내 미디어 아트는 상대적으로 정적이고 감상하듯 즐기는 작품이라면, 팀랩 보더리스는 전시 공간을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체험’ 중심의 콘텐츠라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도 치오다구에 위치한 팀랩 본사에도 방문했다. 사옥을 둘러본 후 야마다 타케시 채용팀 리더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팀랩의 제작 방식과 조직 문화를 자세히 들었다. 2017년 입사 이후 팀랩의 철학에 공감하는 인재를 발굴해 온 야마다 리더는 팀랩의 협업 구조와 창의적 환경 조성을 위한 내부 시스템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참가자들은 팀랩의 실험적인 업무 공간에도 주목했다. “다양한 형태의 회의용 테이블이 창의적 사고를 유도하고, 다수의 3D 프린터는 제작자 간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실물을 만들어서 빠르게 테스트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팀랩의 실험적인 조직 문화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 클러스터에서는 실무자들을 만나 메타버스 플랫폼 시장의 동향을 살폈다. 아바타로 개인 공간을 꾸미거나 커뮤니티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클러스터의 자세한 개발 과정도 들을 수 있었다. 클러스터 견학은 특히 AI 기반 패러메트릭 캐릭터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키, 체형, 얼굴 길이 등 속성별 수치를 조정해서 캐릭터를 자동 생성 및 변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참가자들은 “완성도 높은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시선에서 버튼과 메뉴 등의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기획해야 한다는 점도 다시금 깨달았다”고 밝혔다.
TV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생생한 현장도 체험했다. 드라마, 예능,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하는 방송사 TV아사히에서 제작 스튜디오, 조정실, 백스테이지 등을 둘러봤다. 현장 스태프들에게 질문하며 각 공간의 운영 방식과 기능을 이해했고, 실제 방송 촬영 현장을 확인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외에도 단기 연수 기간 동안 ▲닌텐도, 포켓몬, 원피스, 나루토 등 일본의 인기 콘텐츠 IP 전시물을 볼 수 있는 사이버 스페이스 시부야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들의 명장면을 구현한 지브리 입체조형물 전시회 ▲몰입형 체험 전시 공간 팀랩 플래닛 ▲종합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 프로듀싱과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스트리밍을 선보이는 기업 360Channel 등을 방문했다.
뉴콘텐츠아카데미 일본 단기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브리 입체조형물 전시회를 관람한 교육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NCA를 주관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신기술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기업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일본을 단기 연수 국가로 선정했다. 앞서 지난해에도 도쿄에서 열린 미디어 전시회 ‘시그라프 아시아 2024’에 NCA 1기 교육생들과 방문했다. 컴퓨터 그래픽, 예술, 애니메이션, 게임, 교육 등 분야별 80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컴퓨터 그래픽·인터랙티브 기술 전시회다. 당시 NCA 교육생들은 최신 기술이 접목된 여러 콘텐츠를 경험하고 기업별 부스를 방문했다.
올해 단기 연수 프로그램은 NCA가 지향하는 ‘뉴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주요 기술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메타버스, 체험형 전시, IP 전시 및 굿즈 등에 특화된 전시회와 기업 위주로 세부 활동을 기획했다.
전우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인재양성팀 팀장은 “뉴콘텐츠 제작 기술을 가르치는 NCA 교육과정의 연장선으로, 실제 콘텐츠 제작 기업들의 업무 현장과 조직문화를 체험하는 것이 이번 연수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콘텐츠 산업이 고도화된 국가에서 여러 기업의 문화와 제작 방식을 경험하는 것은 교육생 역량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해외 단기 연수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