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계엄 직격탄…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액 14.6% 급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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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제외 대부분 국가서 신고 줄어
관세 부담 줄이려 美에 투자 쏠린듯
제조업 35%-기업 인수합병 45% ↓
“하반기 개선” “더 감소” 의견 분분

올 상반기(1∼6월) 외국인 직접투자액(FDI)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감소한 131억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한 ‘무역전쟁’과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국내 정치 상황이 불안해진 데 따른 영향이라고 정부는 분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 동향’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미국 관세 정책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신규 투자 보류가 지속돼 투자 의향을 나타내는 외국인 투자 신고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상반기 투자 신고가 줄었다. 일본에서의 투자 신고는 21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4% 감소했다. 중국의 투자도 39.0% 감소한 18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기타 국가에서 신고한 투자액도 37억5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3.3% 쪼그라들었다. 이들 국가에서의 투자 감소는 대미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글로벌 투자가 미국으로 쏠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 기간 미국에서의 투자 신고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유통 등 서비스업 중심으로 20.2% 늘어 31억3000만 달러였다. EU에서도 1년 전보다 14.5% 많은 22억4000만 달러의 투자 신고가 접수됐다. EU의 경우 지난해 12월 해상풍력 프로젝트 입찰 결과 발표에 따라 EU 재생에너지 기업들의 투자 신고가 늘어났다.

투자 유형별로는 공장이나 사업장을 신·증설해 운영하기 위한 목적의 그린필드 투자 신고가 109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5% 줄었다. 기업 지분 인수나 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인수합병(M&A) 투자는 1년 전보다 44.6% 급감해 21억3000만 달러에 그쳤다.

투자 대상 업종별로는 제조업 투자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34.5% 감소한 53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투자 쏠림 현상과 국내 설비투자 위축 등의 영향으로 전기전자, 기계장비·정밀의료 등 장치산업 중심으로 투자 신고가 크게 줄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서 상반기 실적만으로 올해 외국인 직접투자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새 정부 출범, 미국 관세 불확실성 완화를 계기로 하반기(7∼12월)에는 실적이 개선돼 상저하고(上底下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가 긍정적이지 못하면 하반기 외국인 투자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 직접투자#투자 신고#그린필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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