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시플레저’ 바람 타고 5년 간 4배로 커진 단백질 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5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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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 치열해진 단백질 식음료 경쟁… 맛-영양 모두 따지는 소비자 늘어
음료-과자-도시락 등 제품 다변화… 내년 국내 시장 8000억 원 전망
유업계, 분유-우유 소비 줄어들자… 단백질 제품 ‘생존 전략’으로 삼아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도 동참… 고단백-식물성 제품 속속 선보여

《“저녁 식사는 단백질 음료나 셰이크로 해결합니다. 무너진 신체 대사를 되돌리기 위해서 하루 한 끼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찾게 되더라고요.”

직장인 김태현 씨(43)는 한 달 전 병원에서 공복혈당장애(당뇨병 전단계) 판정을 받은 뒤 식습관을 완전히 바꿨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스위치온 다이어트’ 방식에 맞춰 하루 한 끼나 두 끼를 저탄수화물식으로 먹고 저녁은 편의점에서 구매한 단백질 음료 한 병으로 마무리한다. 김 씨는 “예전 같으면 컵라면이나 빵으로 때우곤 했는데 탄수화물 중심 식사를 줄이고 단백질로 포만감을 채우다 보니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국내 단백질 시장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운동하면서 먹는 ‘근육 보충용’으로 단백질 제품을 찾는 이들이 많았지만 최근엔 소비층과 섭취 목적이 다변화하면서 시장도 확장되고 있다.

특히 단백질 고함량 제품이 당뇨와 고혈압, 대사증후군 관리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지면서 20, 30대뿐만 아니라 건강에 관심이 높은 40,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단백질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같은 수요에 힘입어 유업계, 식품업계, 카페업계 등에서 여러 기업이 단백질 식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 내년 8000억 대로 성장 전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단백질 시장은 2019년 1206억 원에서 2024년 4500억 원으로 약 4배로 성장했다. 2026년에는 이보다 77.8% 증가한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단백질 원료 시장도 2022년 776억9000만 달러(약 105조5263억 원)에서 2030년 1221억7000만 달러(약 165조9435억 원)로 연평균 5.8%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백질 식품 인기의 중심에는 단백질 음료가 있다. 운동 후 근육 회복, 체중 감량 목적으로 먹는 것으로 여겨졌던 단백질 음료는 중장년층 단백질 보충 등 섭취 목적이 확대되며 이제는 일상식으로 자리잡았다.

단백질 음료 시장은 유업체들이 선도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2018년 국내 단백질 보충제 시장을 개척하고자 ‘셀렉스’를 선보였고 이후 ‘셀렉스 프로핏’ 브랜드로 리뉴얼하며 음료형 고단백 시장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MZ세대 입맛을 반영한 신제품 ‘프로핏 딸기초코’를 내놓으며 제품 다양화에 나섰다.

일동 후디스 ‘하이뮨’, 남양유업 ‘테이크핏’, 빙그레 ‘더:단백’ 등 주요 식품업체들은 잇따라 단백질 음료를 출시하고 있다. 편의점 CU는 3월 자체 브랜드(PB)로 초코·인절미·밀크티 맛의 단백질 셰이크 3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실제 판매 데이터에서도 단백질 음료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단백질 음료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22년 345.7%, 2023년 316.5%에 달했고, 2024년에는 36.6%, 2025년 상반기(1∼6월)에도 21.2%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전체 우유 카테고리 매출 중 단백질 음료 매출 비중이 15.4%로 처음으로 10%를 넘었다. 2020년만 해도 10여 종에 불과하던 단백질 음료 제품 수는 2024년 현재 60여 종으로 늘어날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단백질이 40g 이상 들어간 초고단백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리온은 ‘닥터유 PRO 단백질 드링크 40g 초코’를, 남양유업은 ‘테이크핏 몬스터’를 최근 출시했다. 테이크핏 몬스터는 제품 한 병에 달걀 7.6개에 해당하는 단백질 43g이 들어갔다.

맛과 식감도 진화 중이다. 과거 단백질 음료 특유의 비릿한 향과 텁텁한 목 넘김은 소비자의 진입장벽이었다. 최근엔 초코, 인절미, 밀크티, 바닐라 등 다양한 맛이 등장했고 목 넘김도 부드럽게 개선되면서 건강을 위해서 억지로 먹는 게 아닌 맛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거듭났다.

● ‘헬시플레저’ 유행으로 시장 확대

소비자들의 식품 선택 기준이 까다로워진 것도 단백질 식품 시장 성장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음식을 섭취할 때 단백질, 섬유질, 비타민D 등 영양성분을 꼼꼼히 따져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국제식품정보위원회(IFIC)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선호하는 영양소로 단백질이 1위를 차지했다. 단백질 소비 의향은 2022년 이후 연평균 9.7%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맛있게 건강을 챙기자’는 ‘헬시플레저(Healthy+Pleasure)’ 유행이 확산된 것도 맛과 영양을 동시에 겨냥한 단백질 식품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최근엔 음료 외에 도시락, 김밥, 간편식까지 다양한 식품 분야에서 단백질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CU는 고단백 반찬으로 구성된 ‘더건강식단’ 도시락 시리즈를 판매 중이며, GS25는 풀무원과 함께 식물성 단백질 제품인 ‘지구식단’ 제품을 활용한 두부텐더김밥, 유부런천미트김밥을 선보였다. 현대그린푸드는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을 통해 단백질, 저당, 저칼로리에 맞는 간편식 제품을 선보였다. 풀무원은 ‘디자인밀’을 통해 저당고단백 맞춤형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오리온은 ‘닥터유 단백질 칩’, 하림은 ‘오!늘단백 쿠키’, 롯데웰푸드는 ‘이지프로틴 감자칩’을 내놓으며 고단백 간식 시장도 만들어지고 있다.

식품업계의 단백질 시장 진출은 단순한 트렌드 추종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출산 영향으로 분유와 일반 우유 소비가 감소하면서 유제품 시장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성인 대상 단백질 제품이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 유가공품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분명해진 상황에서 단백질 음료는 기술, 유통, 브랜드 자산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카테고리”라며 “앞으로도 유업체 중심의 단백질 제품 라인업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식품기업도 가세

해외 식품업계도 단백질 중심의 소비 트렌드에 맞춰 식물성, 고단백, 청정 라벨을 내세워 단백질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 5개 매장에서 단백질 음료를 시험 출시한다고 밝혔다. 무설탕 바닐라라테에 단백질 바나나 콜드폼을 더한 음료로, 제품 한 잔당 15g 이상의 단백질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은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단백질 파우더를 원하는 맛에 맞춰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스타벅스 경쟁사인 ‘더치브로스’가 단백질 우유로 만든 커피로 Z세대에게 인기를 얻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낙농업체 ‘오가닉밸리’는 유기농 원유에 단백질을 보강한 기능성 우유를 연이어 출시하며 고단백 우유 시장에 진입했고,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는 고단백 아침 대체식 ‘프로틴 스마트푸드’ 시리즈를 선보이며 아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식물성 단백질 식품도 건강과 환경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관심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미국 비욘드 미트는 아보카도 등을 활용한 고기 대체 식물성 소시지인 ‘비욘드 소시지’를 출시했다. 풀무원의 일본 법인인 아사히코는 일반 두부의 2.7배 식물성 단백질을 포함한 고단백 식물성 스낵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료의 다변화도 눈에 띈다. 독일 에너바이오는 해바라기씨 기반의 단백질 바를, 뉴질랜드 카이론은 루핀콩 가루와 병아리콩 단백질을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며 고단백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중장년층에게는 근감소증 예방, 젊은 층에겐 헬스·다이어트 수단으로 단백질 섭취가 필수 요소가 됐다”며 “간편하게 자주 마실 수 있는 단백질 음료 소비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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