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제조해야 관세 폭탄 피해
TSMC, 日 2공장 착공 연기 조치
韓-대만은 美 투자 늘려 충격감소
美 감세안에 세제혜택도 기대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및 감세(減稅)안 통과에 따라 한국, 대만, 일본 3국 반도체 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각국 기업들이 미국 내에 얼마나 제조 기반을 뒀는지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진 것이다. 특히 일본은 TSMC 신공장 건설이 연기되는 등 그동안 추진하던 반도체 산업 부흥에 ‘빨간불’이 켜졌다.
● 관세에 흔들리는 日 반도체 부흥
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 TSMC가 일본 내 두 번째 공장 건설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TSMC가)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공장 확장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2월 해외에서 수입하는 반도체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가시화된 내용은 없지만 업계에선 하반기(7∼12월) 중 관련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TSMC 공장 유치는 일본이 꿈꿔 온 반도체 부활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일본 정부는 TSMC가 구마모토현에 짓는 1공장을 위해 전체 투자금의 약 40%인 4760억 엔(약 4조5000억 원)을 지원했다. 12∼28나노(nm·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를 생산하는 1공장은 지난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TSMC는 6, 7나노 수준의 첨단 공정인 2공장을 올 초 착공해 2027년 가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7월 현재까지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WSJ는 “2공장 건설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TSMC 유치와 함께 일본 반도체 부활의 양대 축으로 꼽히던 라피더스에 대한 우려도 크다. 라피더스는 2022년 일본 정부 주도로 설립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연합으로 도요타, 소니, 키옥시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피더스는 미국 빅테크에 첨단 반도체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미국의 반도체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대만 역시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주요 공장이 미국 외부에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그동안 꾸준히 미국 내 공급망 확대에 나선 터라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에 각각 투자 규모 370억 달러(약 53조 원)와 38억7000만 달러의 첨단 반도체 공장 설립에 나선 상태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 각각 47억4500만 달러, 4억58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약속받았다. TSMC는 지난해 말 650억 달러 투자에 대한 보조금 66억 달러를 받기로 했고, 트럼프 2기 출범 후 1000억 달러 추가 투자도 발표했다.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들은 3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감세안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감세안은 2026년까지 미국 내 신규 공장을 착공하는 반도체 기업에 대해 35% 투자세액공제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기존 공제율이 25%였는데 10%포인트 올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공제와 보조금 혜택까지 고려하면 반도체 투자의 미국 쏠림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며 “투 트랙으로 전략을 짠 한국, 대만과 달리 자국 공급망에 치중한 일본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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