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열흘] 서울 아파트 거래-주담대 반토막
文정부 강력 규제 ‘6개월 효과’ 그쳐… 수요 강력할 땐 대출 되레 늘 수도
규제로 재개발-재건축 위축 지적
“수도권 공공부지-청사 복합 개발 등… 불안 심리 잠재울 공급대책 있어야”
서울 아파트 거래가 60% 이상 급감하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6·27 대출규제의 ‘단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불장’으로 치닫던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지난달 27일 이후 취소된 거래는 125건이다. 일단 시장이 진정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대출 억제에 따른 집값 안정 유효기간은 6개월에 그친다”는 국책기관 분석이 있는 만큼 대출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집값을 장기적으로 안정시키려면 대출 규제와 주택 공급 활성화가 병행된 ‘칵테일 요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 교수는 “명확한 공급 대책이 없으면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없고 언제든 추격 매수가 되살아날 것”이라며 “자산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규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대출 규제가 대표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9월 공개한 ‘가계대출 규제의 규제영향 분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주담대 규제의 직접적인 효과는 약 6개월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은 2017년과 2019년, 2022년에 나왔던 주담대 규제다. 특히 2019년 대책에는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주담대를 전면 차단하고 9억 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절반으로 낮추는 등 초강력 규제가 담겼다. 당시 대출 규제를 연구한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은행들의 대출 태도가 (긴축적으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시장의 강력한 수요가 존재할 경우 오히려 대출은 늘어날 수 있다”며 “2019년 규제에도 주담대가 늘어난 것은 주택 시장에 ‘오늘이 가장 싸다’, ‘벼락거지’ 프레임이 확산될 정도로 불안 심리에 편승한 수요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불안 심리 안정시킬 공급 대책 필요
불안 심리를 누르기 위해서는 공급 대책이 필요한데 정부는 아직까지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6·27 대출 규제가 공급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도심 아파트 공급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출 규제 영향권에 놓인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52곳, 4만8000여 채(3월 기준)다. 서울 강남구 개포 우성 6·7차, 송파구 잠실 우성 4차, 용산구 한남2구역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번 대출 규제로 조합원들에 대한 이주비 대출도 일괄적으로 6억 원으로 제한됐다. 규제 이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깎인 것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대표는 “이번 대책만 보면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옥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기자회견에서 아파트 공급 위축 우려에 대해 “공급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얼마든지 (실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유력한 단기 공급 대책은 기존에 발표한 3기 신도시 건설에 속도를 내는 방법과 서초 서리풀·김포한강2 등 ‘미니 신도시’ 활성화다. 구체적으로는 △보상 절차 간소화 △교통·건축 등 심의 통합 △개발 밀도 상향 등이 있다. 역세권 저층·저밀 지역 또는 공공이 보유한 수도권 유휴부지·청사를 복합 개발하는 방법도 대책으로 거론된다.
장기적으로는 용적률 완화 등 도심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신축 공급을 촉진할 수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경제부동산연구소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거나 선별 적용하는 것도 공급에 도움이 된다”며 “구체적인 공급 대책들이 제시돼야 시장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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