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6391억… 9년만에 최악
TV 수요 줄고 中과 경쟁 격화
“삼성전자 실적도 전망 밑돌듯”
관세 직격탄 철강-車 악화 우려
LG전자의 올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6391억 원으로 1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2분기 기준으로 2016년(5846억 원) 이후 9년 만에 가장 부진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수요 위축이 꼽힌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부분 LG전자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한국 산업계에 ‘어닝 쇼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전자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20조7400억 원, 영업이익이 6391억 원이라고 7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4.4%, 영업이익 46.6%가 줄어든 수치다. LG전자가 내놓은 2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은 모두 증권가가 기존에 제시한 실적 전망치 평균을 밑돌았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꼽힌다. LG전자는 부문별 매출액 추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TV 사업을 맡은 MS사업본부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반기(1∼6월) 선진국 시장의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TV는 대부분 교체 수요에 의존하는 소비 품목이다. 이 때문에 냉장고 세탁기처럼 일정 수요가 유지되는 필수 가전과 달리 경기 침체에 더욱 민감하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산 가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업체들이 제3국으로 물량을 돌려 미국 외 글로벌 TV 시장 경쟁이 격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직간접 영향을 받으며 MS사업본부 실적이 악화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LG전자는 이날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과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인 자동차 부품, 냉난방공조(HVAC) 등은 수익성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사업 역시 미국 외부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낼 때 부과하는 10%의 상호관세와 철강 및 알루미늄 파생 상품에 부과하는 50% 품목 관세 등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줄줄이 어닝 쇼크 우려
산업계에서는 LG전자 발표가 국내 기업 실적 악화의 시작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도 시장 전망을 밑도는 실적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증권가가 바라본 삼성전자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각각 76조3319억 원과 6조2713억 원이지만, 일부에선 영업이익 5조 원대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철강, 자동차 등 미국 관세 부과의 직격탄을 받는 업종이 문제로 꼽힌다. 증권가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와 4.2%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2분기 흑자전환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매출액은 3%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 고객사가 대부분 미국 기업이거나 미국 수출용 제품을 만드는 곳들이어서 미국 관세 부과가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분기 대미 판매량이 줄지 않았지만 25% 관세 부과에 따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경기 부진에 빠진 석유화학 등도 2분기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업종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은 하반기(7∼12월)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민관이 미국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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