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4~6월) 실적이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 인상 여파에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반도체 판매 부진 등이 이어진 영향이다.
예상치 못했던 반도체 관련 대규모 재고 충당금 이슈까지 발생하면서 2023년 4분기(9~12월) 이후 1년 6개월만에 분기별 영업이익 5조 원 벽이 깨졌다.
8일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올 2분기 매출 74조 원, 영업이익 4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0.1%, 55.9%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6조3000억원)를 1조7000억 원 밑도는 등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2023년 4분기(2조8200억 원) 이후 6분기 만에 분기별 최저치를 찍었다.
삼성전자 분기별 실적. 뉴시스증권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실적 부진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DS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AMD나 브로드컴에 HBM3E를 공급하면서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여전히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대한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매출 감소와 재고 상승 등 실적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낸드플래시도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스마트폰이나 PC 등 전방 산업 부진 등으로 인해 실적이 둔화했다. 지난 1분기에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던 시스템LSI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2분기에 오히려 적자 규모를 확대하면서 반도체 관련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대규모 반도체 관련 재고충당금을 쌓은 것도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한 설명 자료에서 “메모리 사업은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과 같은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며 “비메모리 사업도 첨단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로 판매 제약 및 관련 재고 충당이 생겼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받는 HBM3E(5세대) 12단 개선 제품 이전의 HBM 제품이나, 대중제제로 판매가 어려워진 제품 등의 재고를 털어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고관세 영향도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전과 TV 사업 등은 미 관세 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원·달러 환율 하락하고, 글로벌 소비둔화가 발생하면서 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관세 발효 직전인 올해 1분기(1~3월)에 기업들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사재기에 나선 영향으로 2분기 판매가 둔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개최되는 삼성전자 언팩 초대장. 동아일보 DB삼성전자의 3분기 전망은 엇갈린다. 대규모 재고를 털어낸만큼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실적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엔비디아로의 HBM 납품 불확실성과 미국 관세 여파에 실적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모두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9일 발표하는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 Z 폴드7’과 ‘갤럭시 Z 플립7’의 성공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히 갤Z 플립7에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2500가 탑재되는 만큼, 신제품 성공이 모바일 실적뿐만 아니라 그간 부진했던 시스템 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반등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와 함께 총 3조9119억원 규모 자기주식 취득을 공시했다. 이중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매입한 2조8119억 원어치의 자사주는 소각하고, 남은 1조1000억 원은 임직원 상여로 지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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