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하늘길 뚫은 중국산 여객기… 보잉-에어버스에 도전장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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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영기업 COMAC이 설계-제작
네이멍구∼울란바토르 운항 시작
2028년 유럽항공청 승인 가능성… 中, 저가 앞세워 아프리카 시장 노려
항공업서도 ‘굴기’ 국내 업계 위기감

COMAC C919
COMAC C919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가 양분해 온 항공기 제조 시장이 중국을 포함한 ‘3강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 국경 밖으로 비행하지 못했던 중국산(産) 비행기가 7월 국제선 비행을 시작했고, 2028년에는 유럽까지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제조업에 이어 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항공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중국과의 우주항공 기술력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 막혔던 하늘 뚫는 中 비행기

중국 국영인 중국상용항공기유한책임공사(COMAC)가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비행기는 100인승급 C909와 170인승급 C919 등 2개 기종이다. 지금까지는 국내선만 다녔다. 이 비행기들이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일 C909 기종은 첫 국제선 비행을 했다. 중국국제항공 소속 비행기가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후허하오터(呼和浩特) 바이타(白塔) 국제공항을 출발해 몽골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FAA, EASA 관할 구역을 지나가지 않아도 되는 데다 중국의 영향력이 큰 몽골이어서 취항이 가능했지만 엄연한 국제항공편이다.

여기에 최근 플로리앙 기예르메 EASA 사무총장이 프랑스의 한 항공전문매체 인터뷰에서 “3∼6년 안에 이 비행기들이 승인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항공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발언을 ‘2028년에는 중국 비행기가 유럽 승인을 받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며, 유럽 승인 가시화를 점치고 있다. 그간에는 인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중국이 유럽 인증을 통해 노리는 핵심 시장은 아프리카다. 아프리카항공사협회(AFRAA)가 발간한 최신 현황 보고서를 보면 향후 20년간 아프리카 항공사에 비행기 1650대가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C919 같은 협동체기(통로가 1개인 비행기)가 6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그동안 아프리카 시장에 투자한 돈과 쌓아온 관계를 바탕으로 이 시장을 차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을 통해 약 7000억 달러(약 950조 원)를 아프리카에 쏟아부었다. 중국이 이 같은 관계를 이용해 항공기 판매를 밀어붙인다면 아프리카 국가들이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아브데라만 베르테 AFRAA 사무총장은 최근 중국의 영문 매체 차이나데일리 케냐 지국 인터뷰에서 “중국 항공기가 아프리카 대륙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中 항공 굴기 바라만 보는 韓

서방 항공기 대비 싼 가격은 중국산 비행기의 강점이다. 영국 더타임스 등 외신 보도를 보면 C919의 가격은 대당 1억 달러(약 1371억 원) 수준으로 에어버스 A320(1억1100만 달러), 보잉 B737-8(1억2100만 달러)보다 저렴하다. 게다가 중국의 국가적 지원을 통해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항공기를 팔거나 임대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과 달리 한국은 아직 이 같은 중대형 항공기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KF-21이라는 초음속 전투기는 만들었지만 대형 비행기 개발은 걸음마 단계다. 방위사업청이 2023년 군 수송기 도입 사업에서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KC-390 기종을 선택한 이유도 이 같은 중대형 항공기 개발의 기술적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한 목적이 컸다.

항공업계에서는 한국산 중대형기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중대형 항공기는 한번 개발하면 군용 수송기와 정찰기, 특수임무기에서 민항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어 활용도가 뛰어나다”며 “한국형 수송기·여객기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항공기#COMAC#국제선 비행#유럽항공안전청#항공기 가격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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