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6·27 가계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 문턱도 높아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저축은행, 카드, 캐피털 등 2금융권의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 한도가 ‘연소득 이내’로 제한돼 주 고객층인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날 주요 회원사의 여신 담당 임원들과 함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대응을 위한 업계 임원 간담회’를 진행했다. 6·27 규제 이후 저축은행 업계의 일선 현장 분위기를 공유하고 향후 대(對)정부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저축은행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으면서 저축은행들이 신규 신용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가계부채를 둘러싼 우려는 시중은행의 주담대가 큰 폭으로 늘어난 까닭이 큰데 왜 서민금융을 공급하는 2금융권이 유탄을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며 신용대출 한도도 대출자의 연간 소득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연소득의 최대 2배까지 한도가 허용됐으나 신용대출을 활용한 주택 구입을 차단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꺼낸 것이다.
이에 저축은행 신용대출 승인율은 반 토막이 났다. A사의 경우 6·27 규제 전까지만 해도 일평균 150억 원 안팎의 신용대출이 승인됐지만 이후에는 60억 원 정도로 급감했다. 저축은행 대출 담당 임원은 “대출을 100건 접수하면 그중 승인이 20건 정도 나는 편인데 최근에는 10건 미만으로 줄었다”며 “전체 대출의 절반가량이 신용대출이었는데 이대로면 하반기(7∼12월)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카드, 캐피털 업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가 카드론(장기카드 대출)을 신용대출 범주에 포함시키면서 연간 소득만큼 신용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은 카드론을 추가로 빌릴 수 없게 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평균 대출 금액은 800만 원 정도인데 이걸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느낌”이라며 “내수 침체에 카드 수수료 인하로 악화된 수익성을 카드론 수수료로 보완해 왔는데 이마저도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강도 규제 여파로 취약계층들이 급전 마련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금융당국은 예외 규정을 신설했다. 연소득이 3500만 원 이하이거나 상속으로 대출 채무를 인수한 경우, 서민금융 및 생활안정자금 대출 등에 한해서는 신용대출 한도에 포함되지 않도록 했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 대책의 여파로 다중채무자(두 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소비자)들의 생활고가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급전 수요자들이 불법 사금융 문을 두드리면서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카드론을 신용대출 한도에 포함시킨 대책은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 단기성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최근 다올저축은행에 대한 건전성 검사에 착수했다.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 속도가 더디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다. 올 3월 말 기준 중소금융업권의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28.0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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