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갭투자식 인수 가능’ 홍보에 피해자 모임 “MBK 사재 출연이 먼저”

  • 동아경제
  • 입력 2025년 7월 9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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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홈플러스가 기업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지만 마땅한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급기야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입하는 이른바 ‘갭투자’까지 언급하며 “싼 가격에 인수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피해자 모임은 “갭투자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대주주인 MBK 추가 자금 투입이나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이 마땅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8일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인수, 실제 투입 자금은 1조원 이하도 가능할 전망’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홈플러스는 “약 4조8000억 원 규모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활용해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하면 약 2조 원 내외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나머지 부족분을 현금으로 보완하면 홈플러스 인수에 드는 실제 금액은 1조 원 이하로 축소된다”고 밝혔다.

기업가치는 삼일회계 조사보고서를 인용해 총 자산이 6조8000억 원, 부채는 2조9000억 원으로 순자산 3조9500억 원과 브랜드 가치, 사업 지속성, 보유 부동산 등을 근거로 7조 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주주인 MBK가 보유한 2조5000억 원 규모 보통주에 대한 지분가치를 포기했기 때문에 새로운 인수자는 조사보고서상 홈플러스 청산가치인 3조7000억 원을 보장할 수 있는 자금 대책을 가져오면 된다고 전했다. 실질적으로 기업가치의 절반 수준인 3조3000억 원의 할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 측은 해당 인수 구조를 ‘전세 낀 아파트’에 비유했다. 홈플러스는 “7조 원짜리 아파트가 있고 이 아파트에 2조9000억 원 규모 전세가 들어가 있는 상태”라며 “새 매수자는 7조 아파트 부동산을 담보로 2조 원을 빌려 전세 일부를 갚고 남은 일부만 현금으로 메우면 1조 원 미만으로 아파트(홈플러스)를 소유할 수 있게 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전단채비대위)는 “홈플러스 인수 조건이 그렇게 매력적이라면 MBK가 추가 자금을 수혈해서 정상화에 나서면 되는데 실상은 이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MBK가 홈플러스 인수 당시 활용한 차입매수 방식의 부작용이 홈플러스 사태 원인으로 지목받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MBK가 다른 기업에 차입매수 방식 ‘빚투’를 제안하고 있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부가 부동산 시장 등에서 빈번한 대출을 활용한 빚투나 갭투자 억제를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자 찾기에 급급한 홈플러스와 MBK가 이에 반하는 방식으로 무리한 투자를 종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단채비대위 측은 “이커머스 등으로 위축된 시장 환경 속에 홈플러스 브랜드 가치를 높게 인정해줄 기업은 매우 제한될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MBK처럼 사모펀드나 재무적투자자(FI) 기업이 부동산 처분 가치를 노리고 접근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이번 갭투자 강조는 회생 전 M&A를 성사시키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현재 홈플러스 인수에 국내 유통 대기업과 중국 업체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2~3개월 안에 M&A가 성사되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실패하면 청산 절차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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