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우회로 된 ‘전세 승계 매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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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 이전 전세대출’ 금지되자
기존 집주인이 맺은 전세계약 승계

서울 마포구 대흥동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지방에서 온 40대 매수자 A 씨는 9억∼10억 원대에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찾았다. 인근 아파트값의 절반 가격이었지만 전세 낀 매물을 통해 예산에 맞는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 공인중개사는 “7월 첫째 주에 두 팀이 전세 낀 매물을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6·27 대출 규제의 우회 수단으로 ‘전세 승계 매매’가 사용되고 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면서다. 기존엔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받으면 당일 새 집주인이 잔금을 치러 주택의 소유권을 바꾸는 조건으로 대출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출 규제로 이런 방식이 차단됐다.

전세 승계 매매는 전세 세입자가 있는 집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새 집주인은 기존 집주인이 맺은 전세 계약을 그대로 이어받는다. 그 대신 새 집주인은 매매 대금에서 전세금을 뺀 금액만 지불하면 된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와 같은 방식인데, 세입자와의 전세 계약을 새 집주인이 아니라 기존 집주인이 먼저 맺는다는 차이가 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인근 공인중개사 B 씨는 “실입주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전세 낀 매물은 시세보다 2000만∼3000만 원 싸게 나갔다”며 “하지만 최근 대출 규제 영향으로 싸게 나가는 일은 없다”고 했다.

거래 절벽 현상까지 겹치며 매수자를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매수자를 빨리 찾기 위해 집주인이 먼저 전세를 놓고 매물을 내놓는 것이다.

대출 규제 우회 방법으로 전세 승계 매매가 증가하고 있지만 세입자가 거부할 경우 거래는 중단될 수 있다. 또 이번 규제로 ‘전세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1억 원으로 제한됐기 때문에 새 집주인이 자금 마련 방안을 세우지 않으면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경제부동산연구소장은 “강력한 규제로 시장을 억제하면 편법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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