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트럼프 “의약품 1년 정도 시간 줄 것”
25% 예상했던 업계 “수출 포기 고민”
반도체 업계 “예측 어려워, 상황 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이달 말경 발표하겠다고 밝히며 국내 산업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의약품에는 최대 2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고강도 관세 정책이 예고됐다.
8일(현지 시간) CNBC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의약품, 반도체 등 몇몇 분야에 대해 (관세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는 “의약품 관세에는 200% 정도에 달하는 매우 높은 관세율이 적용될 것”이라며 “(의약품이) 미국으로 들어오기까지 1년이나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사들이 미국에 공장을 새로 짓거나 인수하는 등 의약품 생산 시설을 미국에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이날 의약품과 반도체 관세 부과와 관련해 “이달 말까지 조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상치인 25% 안팎보다 훨씬 높은 관세율이 언급되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당황한 모습이다. 당장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더라도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미국 생산 시설에 의약품을 맡겨도 기술 이전 등에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미국 공장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한국 대비 3배 이상 많다.
그간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은 관세로 인한 매출 감소와 미국 내 시설 확보를 저울질했을 때 차라리 관세를 내는 편이 영업이익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200%의 고관세가 언급된 만큼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200% 관세는 정말 상상도 못한 수준”이라며 “만약 이대로 관세 부과가 이뤄진다면 아예 수출을 포기하는 바이오 기업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엔 무역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의약품 규모는 총 39억7000만 달러(약 5조4476억 원)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계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반도체 수출 금액은 732억7000만 달러(약 100조7609억 원)로 전년 대비 11.4% 증가하는 등 호조세를 나타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관세율이 나오지도 않았고, 관세율 인상에 대한 파급 효과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미 협상 결과를 비롯한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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