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발사 3년 공백, 고숙련 인력 대 끊길 우려[IT팀의 테크워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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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까지 부품 생산 완료후
2030년 발사 전까지 계획 미정
우주청 1500억원대 추가 사업
예타 면제 신청도 아직 못해

“내년 3월이면 2027년에 발사되는 누리호 6호기에 들어가는 부품 생산이 모두 끝납니다. 이후 추가 발사가 예정된 게 없으니 팀은 해체되겠죠. 뒤늦게 추가 발사를 하게 되면 지금 있는 고경력 기술인들은 뿔뿔이 흩어진 상태일 겁니다.”(최중렬 에스엔케이 전무)

올해 11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4번째 발사가 이뤄집니다. 2027년까지 계획돼 있는 6번의 발사 중 절반 이상이 완료되는 겁니다. 2027년 발사에 앞서 당장 누리호에 부품을 납품하는 300여 개의 기업은 내년 3월이면 일감이 떨어지는데 누리호의 추가 발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을 ‘대가 끊길 형편’이라고 표현합니다. 누리호 다음 세대로 개발 중인 차세대발사체의 첫 발사는 2030년에야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마저도 차세대발사체 계획이 변경되면서 발사 시점이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누리호의 추가 발사 없이는 최소 3년 이상의 발사 공백기가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공백기가 발생하면 중소기업들은 우주 부품 개발·생산 팀을 그대로 유지할 여력이 없습니다. 최 전무는 “누리호 3차 발사 이후에도 공백이 1년 이상 생겨 팀이 해체됐었고, 4차 발사를 위해 다시 모이라고 하니 딱 절반만 왔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의 표현처럼 고숙련자의 대가 끊기는 셈입니다.

우주항공청은 이 같은 사태를 막고자 누리호의 추가 발사(7차)를 위해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1578억 원을 투입하는 ‘누리호 헤리티지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당초 내년 예산안에 반영해 2028년 발사한다는 목표였으나, 관련 부처를 설득하지 못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신청도 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빨리 국방·관측 위성과 같은 공공 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누리호를 계속 ‘써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전 세계 발사 시장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는 미 우주기업 ‘스페이스X’도 처음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공공 수요에 기대 파산 위기를 넘겼습니다. 살아남은 스페이스X 덕에 미국의 민간 우주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한국의 스페이스X를 키우겠다’는 정부의 외침이 공수표가 되지 않으려면 좀 더 민첩하게 움직여야 할 시기입니다.

#누리호#차세대발사체#우주항공청#공백기#누리호 헤리티지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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