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美증시-비트코인…트럼프 관세위협에 내성 생겼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1일 19시 36분


뉴시스
“미국의 경제적 독립을 선언하겠다.”

지난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던 날, 미 증시는 연이어 폭락했다. 일주일도 안돼 전격 90일 유예를 발표하기 전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0% 이상 폭락해 팬데믹 이후 최악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랬던 미 증시가 다시 질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내성이 생긴 시장은 다음 주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인공지능(AI) 낙관론에 기대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기준금리 인하 기조도 자산 유동성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선 1990년대 중반 나스닥의 강세장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시 불붙은 美 증시와 비트코인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산업 필수 금속인 구리에 50%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고, 브라질에 고율관세 위협을 가했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AI 칩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종가 기준으로도 4조 달러를 세계 최초로 넘어서며 시장은 더욱 들썩였다.

4월 상호관세 발표 직후 4,982.77까지 급락했던 S&P500지수는 9일 관세 부과 유예 발표 직후 오르기 시작해 10일 6,280.46까지 약 26% 급등했다. 지난달 26일 상호관세 발표 이후 처음으로 최고치를 찍은 S&P500 지수는 최근 보름 동안 네번이나 기록을 갈아치웠다. 나스닥 지수도 올해 5번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위험 자산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가상화폐도 급등 중이다. 가상자산 정보 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6.15% 상승한 11만8257.32달러에 거래돼 11만8000달러도 넘어섰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8% 이상 올라 3000달러대를 뚫었다.

트럼프 관세 위협 약발 떨어졌나

전문가들은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내성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관세 위협이 협상 수단이라고 보고 모두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게 평가하는 것이다. 여기에 미중 갈등이 완화되고, 대중 반도체 수출 제재에도 AI 기업들이 탄탄한 실적을 발표한 점이 주효했다. 올 5월 엔비디아는 자체 회계 기준 1분기(2~4월) 매출이 44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했다고 밝혀 시장을 놀라게 했다.

시장의 활황에 가상화폐에 대한 미국의 정책도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 공화당은 14일부터 한 주간을 ‘가상화폐 주간(Crypto Week)’으로 정하고 가상화폐 업계가 요구해 왔던 지니어스 법(GENIUS Act)을 비롯한 가상화폐 관련 3개 법안이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최근 나스닥 수익률 추이가 1990년대 중반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하기인 점과 함께 파괴적 기술 혁신기라는 점이 흡사하다는 설명이다. 당시에는 윈도 운영체제 등장에 따른 PC혁명, 현재는 AI의 등장이 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 공동창업자 제시카 레이브는 보고서를 통해 “1990년대와의 비교가 또 다른 버블이 터질 것이라는 경고는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미 기술 대기업들이 AI의 혁신적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증시 상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어 향후 변동성이 커질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름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시장이 무역 갈등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BC 인터뷰에서 보편 관세를 기존 10%에서 15~20%로 올릴 수 있다고 시사해 아시아 증시가 일부 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미 증시 선물도 장중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증시#비트코인#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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