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듯 약 쇼핑하는 성남 ‘메가팩토리 약국’

  • 주간동아
  • 입력 2025년 7월 13일 0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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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임? 해볼게요] 6월 국내 첫 창고형 약국 오픈… 방문객 몰려 주차·구매 대기 줄

메가팩토리 약국에서는 종합감기약부터 영양제까지 원하는 품목을 쇼핑하듯 카트에 마음껏 담을 수 있다. 지호영 기자
메가팩토리 약국에서는 종합감기약부터 영양제까지 원하는 품목을 쇼핑하듯 카트에 마음껏 담을 수 있다. 지호영 기자
메가팩토리 약국을 방문한 고객의 장바구니. 지호영 기자
메가팩토리 약국을 방문한 고객의 장바구니. 지호영 기자
“주차장까지 들어가려면 40분 정도 걸려요.”

6월 27일 경기 성남 ‘메가팩토리 약국’ 앞에 도착하자 주차 안내요원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이미 차량 10여 대가 주차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운전자만 남겨둔 채 동승자가 먼저 내리는 경우도 보였다. 현장 방문 전 여러 블로그에서 “주말에는 주차 대기만 2시간”이라는 후기를 봤는데 평일인 금요일 오후 2시에도 대기는 피할 수 없었다.

6월 11일 문을 연 메가팩토리 약국은 대형 할인점을 닮은 창고형 약국이다. 개점 직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장 보듯 약을 쇼핑하는 곳” “현 시점 최고 핫플”이라는 후기가 쏟아졌다.

공식몰보다 저렴한 가격, 인기 약은 품절

“사무실에 둘 상비약을 사러 왔어요.”

직장 동료와 함께 계산 줄에 서 있던 직장인 유준현 씨(28)가 한 말이다. 딸 김지안 양(10)과 함께 온 주부 나진희 씨(44)는 “판교에 사는데 딸이 얼굴을 다쳐서 밴드형 폼드레싱을 살 겸 들렀다. 코스트코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약국 인근에 산다는 주부 최윤연 씨(35)는 “두 번째 방문”이라며 “소화제, 임신 진단 키트 가격이 괜찮아서 왔다”고 전했다. “약국은 뭘 사려면 하나하나 약사한테 물어봐야 하는데 여기서는 직접 둘러보며 고를 수 있어 좋다”는 게 최 씨의 평가다.

매장 내부는 430㎡(약 130평) 규모로 동네 큰 마트 정도였다. 입구에는 카트와 장바구니가 비치돼 있었다. 감기약, 진통제, 건강기능식품 등 카테고리별로 진열된 2500여 가지 품목을 살펴보고 직접 장바구니에 담는 시스템이다. 진열대 곳곳에서 “싸다” “여기서 이것도 파나 봐”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휴대전화로 원하는 품목 가격을 비교 검색하거나, 현장에 없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이거 살까, 저거 살까” 물어보는 사람도 많았다.

종합감기약만 50여 가지. 감기약, 비염약으로만 진열대 한쪽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요즘 가장 잘나간다는 한미약품 어린이 영양제 ‘텐텐’은 품절이었다. 상비약으로 널리 알려진 소염진통제 ‘이지엔6 이브 30캡슐’과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콜드에스 10정’도 다 팔렸는지 이름표가 붙어 있는 칸이 텅 비어 있었다.

메가팩토리 약국이 화제를 모으면서 손님이 몰리자 주차, 구매 등 단계마다 대기 시간이 발생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메가팩토리 약국이 화제를 모으면서 손님이 몰리자 주차, 구매 등 단계마다 대기 시간이 발생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현장 곳곳에서 약사와 상담

기자는 현장에서 루테인 영양제, 파스, 식물성 멜라토닌 함유 영양제, 진통제 등 총 12개 품목을 구매하고 5만6600원을 지불했다. 식물성 멜라토닌 함유 영양제인 ‘멜라잇 플러스’를 9800원에 구매했는데, 브랜드 공식 네이버스토어 판매가는 1만6500원이었다. 물건 가격은 대체로 저렴했지만, 공식몰 가격과 똑같은 상품도 없지 않았다. 일동제약의 ‘메디터치A(10×10) 1㎜폼’처럼 온라인 최저가보다 2000~3000원 더 비싼 품목도 있었다. 메가팩토리 약국 관계자는 “제약사에서 제품을 대량 구매하거나 OEM(위탁 생산), ODM(위탁 개발 및 생산) 방식으로 들여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약사 7~8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제품을 살펴보다가 “약사님” “선생님” 하고 부르면 가까이 있던 약사가 다가왔다. 계산대에서도 직원 1명과 약사 1명이 팀으로 같이 일했다. 메가팩토리 약국 대표인 정두선 약사(49)는 “의약품,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 등 건강 관련 다양한 제품을 한 공간에서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4~5년간 준비해 만든 공간”이라며 “나를 비롯한 약사들이 본분을 다한다면 많은 분이 우려하는 ‘약물 오남용’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기자가 이날 구매한 파스에는 ‘케토프로펜’(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성분이 들어 있었는데 계산대에 있던 약사가 “파스를 붙인 뒤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피부가 붉어질 수 있으니 꼭 옷으로 덮으시라”고 설명해주기도 했다.

상비약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을 직접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는 건 장점으로 느껴졌다. 다만 딱 이곳만 목표로 찾아오는 일은 신중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규모가 큰 만큼 약 종류가 많지만 평소 기자가 섭취하는 영양제 품목은 없었다. 손님이 많다 보니 주차부터 구매까지 단계마다 대기 시간이 발생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주말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특히 붐빈다고 한다. 앞으로 취급 품목을 늘릴 계획이라고 하니 당분간 대기가 필수인 점을 감안하고 방문하기를 권한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97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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