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가 7개월 연속 상승하며 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새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 등이 겹치면서 향후 경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발(發) 상호관세 등 경기 하방 요인이 여전한 만큼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101.08로 2021년 11월(101.09) 이후 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OECD가 발표하는 국가별 CLI는 경기 전환점을 빠르게 포착하기 위해 고안된 지표로 6~9개월 후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데 활용한다. 기준선인 100보다 지표가 높을 경우 향후 경기가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여겨지고, 그 이하면 반대로 해석된다.
한국의 CLI는 2022년 6월(99.82)부터 1년 8개월간 100 아래에 머물다 지난해 2월(100.02) 100을 넘겼다. 지난해 7월(100.54) 정점을 찍은 수치는 그해 11월(100.46)까지 4개월간 하락하다 12월(100.49) 반등한 뒤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주요국 가운데서도 한국의 CLI는 높은 편이다 지난달 지표는 OECD가 공개한 12개 회원국 중 영국(101.1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주요 20개국(G20) 평균(100.50)은 물론이고 주요 7개국(G7) 평균(100.51)보다도 높은 수치다.
실제 최근 경제 지표에서는 경기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조짐이 보인다.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4월(93.8)과 5월(101.8), 6월(108.7) 등 석 달 연속 크게 개선됐다. 고금리 기조 완화에 더해 31조8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에 담긴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조만간 풀릴 예정이라 장기간 부진했던 소비가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7~12월) 우리 경기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걱정거리가 여전히 많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침체된 제조업 경기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올해 5월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2.5(2020년=100)로 전달보다 1.1% 줄었다. 미국 관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자동차 산업과 국내 건설 시장이 부진한 탓이다.
3분기(7~9월)에도 이런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국내 1500개 제조업체 대상 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분기 매출 전망 BSI가 전 분기와 같은 9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97)와 자동차(91) 등 한국의 주력 제조업종에서의 매출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미국발 관세전쟁에 따른 수출 타격 우려도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1일부터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그 전까지 관세 협상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하반기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뒀으면 0.8%였던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더 추락할 수도 있었는데, 그나마 최근 여러 재정 정책으로 급한 불을 끈 상황”이라며 “미국의 상호관세 시행으로 우려되는 경제성장률 타격은 1차 추경보다 훨씬 규모가 큰 2차 추경이 진통제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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